가수 현아와 용준형의 결혼 화보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반응은 엇갈린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반응도 있지만, 용준형이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사건에 연루됐던 점을 이유로 그와 결혼하는 현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큰 분위기다.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를 넘어 그의 연인까지 공격대상으로 삼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아와 용준형의 지인은 지난 1일 SNS에 “결혼식도 화보네”라는 글과 함께 두 사람의 사진을 올렸다. 흰색 계열의 옷을 입은 현아와 용준형이 다정한 모습으로 얼굴을 맞댄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Our Wedding Day(우리의 결혼식)’라는 문구가 적혔다. 두 사람은 10월 서울 모처에서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한 가운데 결혼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웨딩화보를 공유한 게시물에 달린 댓글 분위기는 큰 차이를 보였다. 두 사람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싸늘한 반응을 보인 이들이 많았다. 이런 반응 대부분은 현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현아 좋아했었는데” “(용준형이) 뭐가 그리 좋았을까” “앞으로 현아는 방송에서 안 보고 싶다” 등 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등장할 때마다 대중의 이목을 끌며 ‘솔직 당당’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았던 현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현아는 2007년 걸그룹 원더걸스로 데뷔해 뛰어난 춤 실력으로 단숨에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원더걸스에서 탈퇴하며 잠시 잊히는 듯했으나 2009년 걸그룹 포미닛으로 재데뷔하며 독특한 음색과 독보적인 매력으로 팀의 주축이 됐다. 솔로 변신도 성공적이었다. ‘체인지’ ‘버블 팝’ ‘빨개요’ 등 다수의 히트곡을 냈다. 미국의 대표 음악잡지인 롤링스톤은 ‘2014 베스트 뮤직비디오 10’ 중 하나로 ‘빨개요’ 뮤직비디오를 선정하기도 했다.
과거 2019년 전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을 때도 현아는 정면 돌파를 택하며 호응을 얻었다. 통상 사과 후 결별 수순을 밟았던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함께 소속사를 옮겨 열애를 이어갔다. 그런 행보는 파격이었지만, 그의 공개 열애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더걸스와 포미닛을 거치며 과감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현아는 솔로로서도 수준급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K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그런 현아로부터 대중이 등을 돌린 건 지난 7월 용준형과 결혼을 발표하면서다. 정준영에게 불법 촬영물을 공유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용준형과 결혼하는 게 그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현아를 비판하는 이유다.
2019년 당시 의혹으로 그룹 비스트(현 하이라이트)를 탈퇴했던 용준형은 최근 “개인 메신저에 아무런 설명 없이 보내진 검은 화면의 동영상을 눌러보았고, 그걸 눌러 확인하기 전엔 어떤 것인지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며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영상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가 “영상을 봤고 부적절한 대화를 했다”고 번복한 점 때문에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좋지 않다.
결혼 발표 직후 참석한 행사에서 관객들은 현아에게 무반응으로 대응했다. 지난달 예정돼 있던 북미콘서트가 취소된 것도 티켓 판매율이 저조해서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다만 콘서트 관계자는 “현지 사정 등으로 부득이하게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현아가 과거 공개 열애로 아이돌의 사적인 영역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인식 변화의 선두에 서면서 그의 당당한 행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지지했던 공개 연애가 깨진 것에 아쉬워하는 팬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결혼 상대가 (불법 촬영) 의혹이 있는 인물이라 실망감이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불법촬영이라는 이슈와 죄를 저지른 사람을 향한 비판과 주변인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은 신중히 구분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평론가는 “해외 연예계에서는 배우자나 연인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예인에게 공격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문화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