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선교에서 품는 선교로…이주민 250만 시대, 교회역할은?

입력 2024-09-02 16:30
양촌비전교회 교인들이 지난 5월 경기도 김포 교회 본당에서 손뼉치며 찬양하고 있다. 교회 제공

2012년 10월 복음을 전파하겠단 꿈을 안고 경기도 김포에 교회를 개척했다. 전도를 열심히 펼치자 교인이 10명, 20명을 넘어서며 금세 100여명을 넘을 듯했다. 하지만 부흥의 기쁨도 잠시. 두 자녀가 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목회에 지장이 생겼다. 그렇게 교인은 가족만 남게 됐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지만, 곧 정신을 차렸습니다. 전도 용품을 구매할 돈이 없어서 교회 주변 지역의 도로에서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주우면서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온 천하에 다니면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는 말씀을 붙잡고 이주민을 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2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국내이주민선교회(대표 이명재 목사)가 서광교회(이상대 목사)에서 주최한 ‘제2회 이주민선교 콘퍼런스’에서 장영석 양촌비전교회 목사가 이같이 설명했다. 장 목사는 “이주민을 잘 양육하고 훈련하면 훌륭한 선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근로기간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주민들을 각 나라 선교사님과 연결해 형제들이 지속해서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훌륭한 전도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석 양촌비전교회 목사가 2일 서울 은평구 서광교회에서 열린 '제2회 이주민선교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실제로 장 목사가 시무하는 양촌비전교회는 12년이 지난 지금 파송 이주민이 500여명이 넘는다. 또 교회는 100여명이 넘는 이주민을 교인으로 섬기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3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프롬펜불꽃교회와 다께오불꽃교회를 개척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교회가 이주민 선교를 펼치면서 부흥의 제2막을 연 것이었다.

장 목사는 “보내는 선교도 중요하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을 ‘품는 선교’도 중요하다”면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양육하고 훈련해 선교사로 파송하면 효율적이고 훌륭한 선교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유학생 다문화 가정 등 나뉘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하나의 선교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주민 유형별 맞춤 사역이 필요하단 의견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주민 선교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란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는 이주민에 관심을 둔 목회자와 성도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국내 이주민 선교 현황을 살피면서 선교 사역의 팁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외국인 유학생 영역에서 ‘인하대학교 유학생 사역’을 주제로 발제한 장인호 유학생언어문화센터 대표는 학교 사례 위주로 강의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부분 언어와 관련된 학습과 태권도와 같은 한국 문화 등에 관심이 높다”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주셨지만, 한국어를 통해 충분히 사역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족·언어별 사역 분류도 중요하다”며 “특히 무슬림과 같은 유학생의 경우, 각 대학 기독 교수와 연결해 실상을 알리면서 그들의 언어로 된 적합한 문서선교와 교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영섭 목사가 2일 서울 은평구 서광교회에서 열린 '제2회 이주민선교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영섭(랜드마커 미니스트리) 목사는 ‘도시선교, 유학생 선교를 위한 선교플랫폼’이란 발제에서 “도시에 유입해 들어오는 이주민들에게 있어 정착 초기 6개월은 결정적인 시기”라며 “이 기간 동안 대부분 사람은 문화·언어·관계적 필요를 갖고 현지인과 현지 문화에게 열린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관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복음에 반응하기 어려운 견고한 장벽을 쌓고 만다”면서 “교회는 이 점을 이해하고 초기 이주해 들어오는 이주자들의 안정적인 생활정착을 도울 수 있도록 실제적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밖에도 자리에선 최인기(다카선교인공동체) 선교사와 김대환(서평택다이룸) 목사가 각각 ‘현장에서 배운 이주민 선교전략’과 ‘당신의 이웃은 누구입니까’를 강의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