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나이지리아에서 민간인, 특히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살인 납치 등 각종 폭력을 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이지리아는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 약 3분의 1이 개신교인인 만큼 기독교인의 수가 많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독교 박해 감시 기구인 아프리카 종교 자유 관측소(ORFA·Observatory for Religious Freedom in Africa)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결과 지난 4년 동안 나이지리아서 학살당한 기독교인의 수가 1만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사망한 이들의 수는 5만5910명이고 이 중 군사인력을 제외한 민간인의 수는 3만880명이다. 주목할 점은 기독교인 희생자가 3만880명 중 1만6769명으로 무슬림 사망자 6235명과 비교해 약 2.7배 높은 비율이라는 점이다.
납치된 민간인의 비율도 타 종교에 비해 기독교인이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납치된 민간인 2만1532명 중 1만1185명이 기독교인인 반면, 무슬림의 수는 7899명에 그쳤다.
ORFA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피해자들의 종교적 정체성에 따라 납치범이 처우를 달리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특히 기독교인 포로들의 경우에는 무슬림 포로들에 비해 더 가혹한 환경과 처형당하는 위험에 직면하는 때도 많았다”면서 “ISIS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풀라니 민병대(FEM)가 전체 민간인의 최소 42%를 죽였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FEM은 나이지리아 북부 등 지역에서 소규모 기독교 공동체에 침입해 살인 강간 납치 방화 등을 일삼고 있다. 또 테러단체의 만행에 겁에 질린 민간인 어린이들은 밤이 되면 나무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고 발표했다. 나이지리아서 살인 납치 등 사건이 발생하는 횟수는 일 평균 8회에 달한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