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대부분 교회에서 성도가 몸이 아파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하면 목회자는 몸조리 잘하시라고 위로하고 힘을 내시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형제가 그런 이유로 전화를 걸어 오면 “이놈이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하면서 욕을 퍼부어 댑니다. 목사가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이놈이 자꾸 저를 못된 목사로 만들어갑니다.
신앙이 자라는 과정에는 언제나 사탄 마귀가 기회를 엿봅니다. 조그마한 빈틈이라도 있으면 그들은 우는 사자같이 달려듭니다. 이 형제는 특히 보통 사람들이 가진 상식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늘 속이고 거짓말하는 영에 의해 육십 평생을 지배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형제에게 그간 수없이 당하면서 형제 뒤에서 조종하며 실족시키려는 세력을 보려고 했습니다. 그 세력은 워낙 크고 교묘해서 성령님의 힘이 아닌 그 어떤 것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온통 마귀에 잡혀 살아왔고 어긋난 인격으로 세상을 좋은 눈으로 볼 줄 몰랐습니다. 거기에 더해 알코올 중독까지 갖춰 부서지고 망가지기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이런 사람이 이 청정 지역 낙도에까지 왔고 저에게로 밀려 왔습니다. 어쩌란 말입니까. 그 형제 옆집 할머니는 죽어가는 고추 모종에 물을 주면 살아난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저놈은 왜 살아나지 않을까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목사님은 하나님하고 친하시니 방법을 한번 물어보세요.”
법무부 발표 내용을 보니 한 사람이 교도소에 갇히면 한 달에 약 300만원의 세금이 지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농담 섞인 말로 ‘목사님께서 저 사람이 마음잡고 살게 해주면 수십억원의 세금을 절약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엔 국가의 세금을 절약하는 일보다는 갈릴리 지방의 막돼먹은 사람들을 살리고 가르치며 키워서 당신의 제자 삼으신 예수님의 마음이 먼저 가슴으로 밀려옵니다. 형제가 변하도록 힘들게 무엇인가 쌓아놓으면 사정없이 무너뜨리는 저 형제 속에 주님의 선교와 목회가 가득 담겨 있음을 봅니다.
형제는 매월 20일이면 정부 지원금을 탑니다. 그때가 되면 그는 기분이 마냥 좋아서 “목사님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큰돈 벌어서 돈을 뭉텅이로 드릴게요. 좋은 일에 맘껏 쓰세요” 하며 큰소리를 펑펑 칩니다. 영세민 생활 보조금을 받으면서 빈말이라도 저를 웃게 하지만 과연 사람이 철은 몇 살에나 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형제는 교회에서 세례식을 마쳤고 주일 식사 후 커피 당번도 자청해 혼자 밥을 후딱 먹어치우고 성도님들이 식사하는 중간에 커피잔 10여개를 늘어뜨려 놓고 커피를 탄다며 난리를 칩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마을 봉사를 같이 나가자고 권하는데 곧잘 따라나섭니다. 형제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회 속으로, 느리지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난번 장마에는 사촌 형님네 축대가 무너져 저와 함께 흙더미를 날라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사촌은 친척으로도 사람 취급도 안 한답니다. 좋은 말보다 욕을 퍼부을 때가 더 많은 이 종을 형제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목사로 여긴다고 합니다. 때로는 우당탕 소리를 내지만 하나님이 주신 목사의 권위로 강력하게 권면하고 윽박지릅니다. 그랬기 때문일까요. 온몸에 용 문신이 휘감긴 전과 20범, 그리고 청송교도소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걸핏하면 사고를 쳐서 재수감되는 그를 1년 4개월간 아직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나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이제 2주 후엔 추석이 됩니다. 명절이면 저 형제도 외로움과 그리움에 가슴앓이를 합니다. 올해 추석에도 형제를 불러 송편 반죽을 준비해 손수 빚어보라고 가르치며 사람 사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이번 추석엔 욕도 안 하고 따뜻한 명절을 보내려고 합니다. 이제 형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형제 흉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