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무적 아니다… 4건 중 1건 이미 피의자 특정

입력 2024-09-02 13:22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전경. 윤성호기자

지난 한 주 동안 접수된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 신고 4건 중 1건에 대해 이미 피의자 특정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텔레그램 법인에 대한 내사에도 착수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랑스에서 했듯이 서울경찰청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며 “혐의는 이번 범죄(허위영상물 등 범죄) 방조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이 계정정보 등 수사 자료를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수사기관에도 잘 주지 않는다”면서도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지금까지 전혀 검거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저희 나름의 수사기법이 있어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수본에 따르면 지난 26~29일 접수된 88건의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로 피의자 24명이 특정됐다. 다만 피의자 특정이 신속하게 이뤄진 배경에는 이미 피해자들이 신고 단계에서 의심되는 가해자를 지목한 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창업자 신변을 구속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와 공조해 이번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 본부장은 “프랑스 수사당국이나 각종 국제기구 등과 공조해 이번 기회에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검찰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24일 파리에서 체포하고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기소했다.

경찰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봇) 8개에 대한 내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합성물을 제작한 뒤 유포하는 ‘겹지인방’ 운영자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봇 제작자에게는 범행 공모 및 방조 등 혐의 적용이 검토된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여군 딥페이크방’은 존재 사실이 보도된 당일 ‘폭파’돼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 본부장은 “국방부에 피해 접수가 될 수도 있으므로 협조해 수사하겠다”고 했다.

한편 텔레그램 성범죄 피해 신고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수본에 따르면 올해 1~7월 동안 총 297건(주당 평균 9.5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지난주에는 이 수치가 10배 가까이 뛰었다.

우 본부장은 “미투 운동처럼 과거에 그냥 넘어갔던 일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