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야 대표회담과 관련해 “역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회를 이젠 끝낼 때가 됐다”며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야가 다양한 민생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에 일단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여야 대표회담에서 응급의료 체계 구축이 당부되고 대책 협의가 강조된 점에 대해서도 “당연히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라며 “같이 나아갈 수 있게 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지를 가진 의사 추가 양성 부분이 근본적으로 재논의되지 않은 점, 의료개혁 관련 입법 뒷받침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감안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 대표회담에 대해 “국회는 특검 남발과 탄핵 남발, 청문회 남발 등으로 항상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왔다”며 “정상적인 국회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회담이 정쟁보다 민생을 앞세울 국회 정상화 과정의 첫발이 되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야 대표회담과 관련해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특히 여야 대표회담 직후 공개된 ‘공동발표문’이 “민생 공동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협의기구를 운영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것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여야 대표회담은 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민생입법 신속통과제도’를 공개 제안한 이후 이뤄졌다. 정 실장은 지난달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민생 법안은 정쟁에서 분리해 처리하는 ‘민생입법 신속통과제도’ 같은 ‘민생 패스트트랙’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는데,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가 발표한 ‘민생 협의기구’가 사실상 이 패스트트랙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가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대해서도 “같이 힘을 모은다는 차원”이라고 반응했다. 정부는 의사 증원 문제는 더 늦출 수 없다고 보고, 최근 불거진 응급의료 상황은 비상진료체계와 모니터링 강화로 ‘고비’를 넘긴다는 계획이다. 여야 대표의 전날 공동발표문에는 최근 의정 갈등 해결책으로 제안됐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유예는 일단 담기지 않았다.
또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야가 의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걱정하는 것”이라며 “여러모로 같이 나아갈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같이 힘을 모은다는 차원에서 시니컬하게(냉소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며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처럼 여야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의료개혁의 입법 과제들을 해소해 준다면, 빠른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야 대표회담은 일단 정치의 복원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의미로 평가되고 있다. 여야의 협치를 넘어 대통령실과 국회 간 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그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에 대해 “야당 대표의 파트너는 여당 대표”라며 여야 대표회담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의제 등을 두고 여당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수회담이 곧이어 열릴 가능성은 낮게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현재 모습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이것을 풀어나가야 할지 용산에서도 참모들과 많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열 번이고 왜 못 하겠느냐”고 말해 회담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