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가해자들이 수사에 대한 대처 방법 등을 의논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등장해 논란이다. 일부 가해자는 ‘잡힐 리 없다’며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온라인에는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라는 이름의 카페가 등장했다. 카페 이용자들은 자신의 텔레그램 딥페이크 가해 경험을 공유하면서 경찰 조사에 대비한 대처법이나 처벌 가능성 등 정보를 주고받았다.
해당 카페 게시판에는 “딥페이크 지역방 외에 겹지방(겹지인방)을 운영했다. 아직 고등학생인데 문제가 되느냐” “단순 시청만 했는데 요즘 난리 나서 두렵다” 등의 글이 올랐다. 자녀가 딥페이크 방을 이용했다며 대응 방안을 묻는 부모들의 글도 적지 않았다.
일부 딥페이크 가해자는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솔직히 이거 갖고 덜덜 떠는 게 에바(오버)인 이유’라는 글에서 “방에 들어간 사람들 신원 따기도 쉬운 게 아닌데 얘가 들어가서 뭘 했는지까지 다 정리해서 수사 못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박사방 사건’ 당시 주범 조주빈을 제외한 채팅방 참여자 대부분은 처벌받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방에 있기만 한 애들은 안심하라”고 조언했다.
이에 한 이용자가 “제 아들이 딥페이크 방에 들어가 있는데 괜찮은 것이냐”는 댓글을 달자 게시물 작성자는 “미성년자라 큰 처벌 대상은 안 남는다. 혹시 같은 학생을 딥페이크한 것이면 학폭(학교폭력)으로 빠져서 생기부(생활기록부)에 안 남게 주의하라. 일단 폰 뺏어서 (텔레그램) 탈퇴부터 시켜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해당 카페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2011년 다른 카페명으로 개설됐는데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가 공론화한 뒤인 지난달 28일 현재 카페명으로 변경됐다.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디지털 성범죄 관련법 개정에도 여전히 낮은 처벌 수위로 인해 이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n번방, 박사방 사태 이후 관련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는 (허위 영상물) 소지나 시청은 처벌되지 않는다”며 “처벌되는 경우도 상당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데 이 가해자들은 집행유예는 처벌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성착취물 제작·유포자에 대한 처벌 강화 외에도 범죄 창구로 이용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이뤄져야 보다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22년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는 법률이 입법되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선 여전히 모니터링만 이뤄질 뿐 처벌 규정은 없다”고 꼬집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