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1100억 쓴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이유는

입력 2024-09-02 06:41 수정 2024-09-02 10:09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연합뉴스

서울시가 1100억원대 예산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한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중 주민공청회를 연다고 1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중보행로 총 1㎞ 구간 가운데 삼풍상가~호텔PJ 사이 보행교(250m)가 우선 철거 대상이다. 나머지 750m 구간은 보행로가 상가건물에 조성돼 있어 바로 철거하기 어려워 향후 세운상가를 허물 때 함께 철거할 계획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세운상가, 삼풍상가 등 남북으로 길게 들어선 7개 상가의 3층을 연결한다. 예산 1109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22년 개통했다.

오세훈 시장은 2006년 낡은 세운상가를 허물고 복합개발계획을 추진했으나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한 뒤 2014년 철거계획을 백지화하고 상가 재생 목적으로 공중보행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중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지난 8월 “1109억원을 들이고도 당초 사업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추진 당시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설치 시 매년 10만5440명이 지나다닐 것으로 예측했으나 개통 이후 실제 보행자 수는 그 11% 수준인 1만173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도 있어 철거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