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음식 가격이 오르면서 2만원 떡볶이와 5000원 커피가 흔해졌다. 과거 ‘고급 브랜드’로 불렸던 프랜차이즈 메뉴들이 이제는 비교적 가성비 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바뀐 것이다.
과거 1만원이 넘는 대용량 떡볶이를 처음 선보이며 ‘비싼 떡볶이’의 기준점이 된 엽떡은 올해까지 12년째 3~4인분 기본 메뉴의 가격(1만4000원)을 동결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엽떡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느끼고 있다.
퇴근 후 자주 떡볶이를 시켜먹는다는 유모(32)씨는 “과거에는 엽떡이 너무 비싸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엽떡이나 시장떡볶이나 1인분으로 나눠보면 비슷하다”며 “오히려 오뎅, 소시지, 치즈까지 있어 엽떡이 상대적으로 싸 보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결국 지금의 떡볶이 시세를 고착화시킨게 엽떡인 셈”이라며 “십여 년 전 저 가격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떡볶이는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가 2021년 102.95, 2022년 112.90, 2023년 121.96으로 매년 상승 중이다. 올해도 1분기 126.33, 2분기 128.88로 상승 흐름이다. 2020년 이후 최근 분기까지 상승률은 약 29%로, 같은 기간 물가지수가 14% 오른 것과 비교하면 떡볶이 물가의 오름폭이 거의 2배다.
실제로 현재 엽떡보다 비슷하거나 비싸게 메뉴 가격을 책정한 프랜차이즈들이 많아졌다. ‘청년다방’의 차돌 떡볶이(3~4인분)는 1만6500원, ‘배떡’의 대표 메뉴 로제 떡볶이는 1만9000원(3~4인분)이다. 음료와 튀김 등 사이드메뉴까지 있는 세트메뉴를 주문할 경우 대부분 2만원대로 가격이 높아진다.
2010년대 당시 ‘고급빙수의 원조’라고 불렸던 설빙 역시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음에도 최근 들어 ‘가성비’ 디저트로 불리는 중이다. 대학생 박모(26)씨는 “여전히 1만원 정도만 내면 두세명이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토핑을 조금만 추가해도 1인당 1만5000원이 훌쩍 넘는 ‘요아정’(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석) 가격 때문인지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지는 디저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스타벅스 역시 입점 초기 고급 커피로 유명했으나, 25년이 지난 지금은 가격대가 비슷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개인 카페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스타벅스를 찾는다는 직장인 정모(27)씨는 “4500원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가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공부나 일을 하거나 기프티콘으로 선물을 주기에도 부담없는 브랜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운영비와 원자재 가격이 물가 상승과 더불어 급등한 것도 원인이지만, 일반적으로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도 따라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너나나나 비슷해진 가격대에 브랜드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식품업계는 꾸준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새 메뉴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