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임시거처 차량 제공 플랫폼 ‘거함 커뮤니티’를 아시나요

입력 2024-09-01 16:50 수정 2024-09-01 21:19
김관훈 목사가 2021년에 설립한 귀국 선교사들에게 임시 거처와 차량을 제공하는 플랫폼 '거함 커뮤니티'의 홈페이지다.

10년간의 목회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 선교사들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을 위한 사역에 헌신하는 이가 있다. 김관훈(44) 목사는 2021년에 설립한 ‘거함 커뮤니티’를 통해 선교사들이 국내에서 숙소를 1박에 만오천 원, 차량도 하루 동안 같은 금액에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목사들에게 쉬는 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주선하는 사역도 병행 중이다.

김 목사는 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사역을 통해 한국교회의 선교사와 목사들이 ‘거함’을 누리고 쉴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그들이 하나님 안에서 자족하고 쉼과 평안을 얻어 한국교회에 온전한 신앙공동체를 세워가길 돕고 싶다”고 밝혔다.

‘거함 커뮤니티’는 ‘거하다’라는 의미와 ‘교회 밖에서 교회를 섬기는 큰 함선’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커뮤니티는 숙소와 차량의 이용 현황을 공개하고 예약과 일정 조율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선교사들에게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김 목사는 “이러한 서비스는 후원자의 지원,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그리고 이를 필요로 하는 선교사의 수요 덕분에 가능하다”며 “모든 사역의 범위와 후원의 손길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고 인도해가심을 본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왼쪽)가 지난해 9월 왕십리 역사에서 거함 커뮤니티의 차량을 이용했던 한 선교사와 사진을 찍는 모습.

김 목사는 장신대 학부 시절부터 캠퍼스 선교회에서 학생 리더로 활동하며 선교사들이 겪는 고충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서울 왕십리중앙교회에서 교회 선교원을 담당하던 부교역자 시절,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귀국한 1,000여 가정의 선교사들이 주거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김 목사는 임대 주택과 정부 지원 대출사업 등을 통해 도움을 주다가, 직접 선교사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70여 명의 선교사가 ‘거함 커뮤니티’를 통해 국내에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받았다. 김 목사는 30년간 인도에서 사역하다 은퇴 준비로 잠시 한국에 머문 한 선교사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 선교사는 ‘30년 동안 국내를 왔다 갔다 했지만, 이렇게 편하게 지내고 간 것은 처음’이라며 ‘선교사들에게 독립적인 공간과 환경을 제공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눈물로 고백했다”고 전했다.

김관훈 목사가 '거함 커뮤니티'를 통해 숙소와 차량을 이용했던 선교사들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김 목사 제공

커뮤니티 이용을 원하는 선교사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김 목사는 올해 초 목회 사역을 내려놓고 ‘거함 커뮤니티’ 운영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 사역은 수익을 새로 마련하기보다는 재정 지원이 필요한 일이었고, 목회 사례비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세 자녀의 아버지인 김 목사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 조경, 배달 등 일용직 노동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성실히 일하는 김 목사를 본 사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됐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변 목회자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맡게 됐다. 생활비가 부족해 자녀들에게 의료적 지원을 하지 못했던 부목사, 다자녀를 키우는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 등은 김 목사의 소개로 쉬는 날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김 목사는 현장에서 만나는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그는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한 남성을 전도했던 경험을 통해 “교회 밖에서 하나님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오른쪽)와 화물 운송을 배우러 찾아온 한 목사가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운송 업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 목사는 ‘내가 한국교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한국교회의 선교사와 목회자를 섬기는 사역을 발견하게 되어 ‘거함 커뮤니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 밖에서 교회와 신앙공동체가 온전하고 행복하게 서기 위해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참된 쉼과 평안을 누리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상황 속에서 만족하며 감사하며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 이후 교회의 선교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느꼈다”며 “교회와 선교 현장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고 마음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와 현지 선교현장이 서로를 위한 존재 이유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함께 동역하는 관계를 돕는 연결다리가 되길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