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여야 대표회담을 시작했다. 여야 대표 간 공식 회담이 성사된 것은 2013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이후 11년여 만이다.
이날 회담은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하는 ‘3+3 회담’으로 준비됐다. 여야 대표 순으로 약 10분씩 모두발언을 했으며,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돼 90분여간 진행될 예정이다. 회담이 마무리되면 양당 수석대변인이 회담 결과를 발표한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11년 만에 열린 이번 여야 대표회담이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넓히는 생산적 정치, 실용적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두 사람의 만남이 좋은 성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며 “가급적이면 국민들의 나은 삶을 개혁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의미 있는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韓 “의원 면책특권 제한하자…여야 대표회담 정례화”
한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은 정치개혁을 원하고 있다”며 “특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진영을 불문하고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체포특권, 재판기간 중 세비반납 등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실천하자”면서 “과거 이 대표도 면책특권 제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으니, 양당 대표의 생각이 같은 지금이 면책특권 제한 추진의 적기”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또 ‘민주당의 법안 강행처리-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재표결-폐기-재발의’가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자”며 “오늘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미래지향적 정치개혁 비전에 전격 합의하자”고 요구했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재판에 주류 정치세력이 불복하면 민주주의·법치주의의 위기가 온다.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생 문제에 대해서도 “청년의 삶에 집중하고, 주거격차·자산격차·돌봄격차·교육격차를 줄이고 좁히는 정치를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으로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더 많이,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불합리한 상속세제 때문에 기업이 기업활동을 중단하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하지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돼 있다”며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대표 회담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李 “의료대란 대책 강구하자…금투세 일정기간 대폭완화”
이 대표는 이번 여야 대표 회담 의제에서 의료개혁 문제가 제외된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며 “여야가 함께 의료대란 대책과 해법을 강구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도 정부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안을 냈듯, 의료대란은 국민 생명에 관한 문제”라며 “다치지 말자, 병들지 말자, 살아남자는 이야기를 국민들이 농담처럼 하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효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일단 정확한 현상 파악과 문제 인식, 토론·대화와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고 했다.
금투세 유예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적용하면 안 그래도 비정상인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보완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라며 “금투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대신 주식시장 부스트업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식시장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주주 충실의무 확대, 소수 주주자 보호를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ISA 제도를 대폭 확대해 충분히 보완하는 방안도 있다”며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정치개혁 논의에 대해서는 “논의는 하되 형평성 있게,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단 한 대표도 공개적으로 약속한 지구당 부활만이라도 우선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한 대표는 전 국민을 상대로 '제삼자 특검'을 하자고 공언했다. 그 진심이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증거 조작 의혹도 특검하자고 했던데 수용하겠다.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가 ‘현금 살포’라고 표현한 전국민 25만원 지원금법에 대해서는 “여당은 현금 지원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특정 기간 내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지역화폐 소비쿠폰”이라며 “자꾸 ‘균등 지원’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복지가 아닌 경제 정책이자 재정 정책이라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을 역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