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의정 갈등 사태에 대해 “심각한 상황이 맞는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정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고, 의료개혁은 멈출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시각차를 재차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대표는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연찬회 폐회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사 증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 건강과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에 더 돌다리 두드려가면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하는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성에 동의하나, 의료대란 우려 등 민심을 고려한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 대표는 자신의 ‘2026년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중재안에 대해서는 “더 좋은 제안이 있으면 좋겠다”며 “제 대안만이 유일한 정답이란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다”라고 여지를 뒀다. 이어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에 대해선 “나는 (윤 대통령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했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연찬회 특강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당 지도부가 설득을 해야지 그냥 말 한마디 툭툭 던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당 지도부, 원내 지도부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YTN라디오에서 “당과 정부가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한 대표와 정부의 입장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며 “좀 더 당내에서 협의하고, 그 다음에 정부 측과 협의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권 의원 발언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이슈에 대해, 특히 민심이 다른 내용들이 많을 경우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여당 대표의 임무”라고 반박했다. 또 ‘당정 갈등이 아닌 한정(한동훈-정부) 갈등’이라는 지적에는 “내가 당대표다. 그렇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