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토순이가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었어요. 치료 비용이 몇백만원은 들 텐데 제가 치료를 해 줄 형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저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보살펴 줄 사람이 있다는데 보내줘야죠. 이 친구들을 위해서. 토순이네가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입양 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더는 걱정이 없어요.”
-토순이네 할아버지 박만수(66)씨
지난 6월, 만수 할아버지는 반년 동안 함께 살던 토순이 가족의 짐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모견 ‘토순이’가 할아버지를 떠나 새 보금자리로 떠나는 날이었거든요. 며칠 앞서 자견 ‘대한이’ ‘민국이’는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싫어서 보내는 건 아닙니다. 할아버지는 토순이 가족을 아끼고 사랑했지만 이별을 결심했습니다. 그게 녀석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 같았거든요.
할아버지는 토순이네가 사용하던 매트와 텐트들을 곱게 접어 챙기고, 마지막으로 토순이를 차에 태운 뒤 연신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너무 착한 토순아 잘 가. 가서 병도 낫고 다 나아서 새끼랑 같이 살아라.” 만수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개st하우스팀은 사랑하는 토순이 가족을 떠나보낸 만수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 사연을 들었습니다. 또 고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임보처에서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토순이네 퍼피들의 입양적합도도 확인하고 왔습니다.
만수 할아버지 사연에는 국내의 저소득 반려인구가 겪는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이들을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키울 능력’을 지적하기 전에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반려동물을 키우게 됐는지, 돌봄에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반려인구 1500만명 시대에 사람도, 반려동물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같이 살자” 할아버지와 강아지 일가족과의 동거
지난 6월 29일, 고물상에서 만난 만수 할아버지는 토순이네 가족이 살던 나무 판잣집을 바라보며 연신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미 떠난 토순이네가 아직 그곳에 있기라도 한 듯이 말입니다. 집안에는 토순이네를 위해 할아버지가 깔아준 포근한 이불이, 집 앞에는 선풍기 2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토순이네를 거두게 된 건 지난 1월부터였습니다. 이웃이 재개발을 앞둔 동네를 떠나면서 “강아지를 데려갈 형편이 안된다”며 토순이 가족을 부탁했습니다. 그는 “큰 개는 조금 그렇다고 거절했는데 무조건 어떻게든 좀 맡아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유심히 보니까 너무 착하게 생기기도 해서 데리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할아버지는 어쩌지 못해 녀석들을 떠맡은 거였어요. 끝까지 거절하면 개들은 거리에 버려질 게 뻔했거든요. 똘망똘망한 새끼 두 마리까지 세 가족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토순이네는 만수 할아버지와 뜻밖의 동거를 시작합니다.
“너희들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강아지 위해 결심한 이별
만수 할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도 토순이네를 위해 애정을 쏟았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돈이 부족해서 사료도 저렴한 것으로 구매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아 고급으로 바꿨다”며 “밥을 잘 먹지 않을 때는 고깃국물에 사료를 섞어줬다”고 말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토순이네 집 앞에 종일 선풍기를 틀어둔 데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강아지에게 심장사상충을 전파하는 모기를 막기 위해였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애정이 무색하게도 토순이네는 점점 야위어갔습니다. 게다가 모견인 토순이는 이미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상태였고, 치아가 깨져 영양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토순이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건 할아버지도 눈치챘지만 치료는 쉽지 않았어요. 할아버지 본인도 병원을 가기 어려운 처지였거든요. 비용이 얼마가 들지 알 수 없는 동물병원에 갈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병원비를 포함한 반려동물 마리당 양육비는 월평균 약 13만원. 토순이네 세 식구를 돌보자면 매달 39만원이 든다는 계산입니다. 고물상을 운영하며 간신히 생계를 잇는 할아버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입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구조자였습니다. 재개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할아버지를 알게 된 구조자는 토순이네 가족의 건강상태를 눈치채고 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낮이고 밤이고 할아버지를 찾아왔어요. 그러고는 “토순이네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좋은 환경으로 입양 보낼 수 있게 약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도 언제 어떻게 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날지 알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구조자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초여름 할아버지는 드디어 결심합니다. 할아버지는 “토순이랑 대한이, 민국이가 좋은 사람이 있는 더 나은 환경으로 간다는 데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토순이네는 이별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토순이네에게 사랑을 이어줄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6월, 할아버지와 함께한 두 퍼피 대한이와 민국이가, 며칠 후 어미견 토순이까지 모두 구조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토순이를 구조자의 차에 태운 할아버지는 이별을 눈앞에 두고 가까스로 발걸음을 뗐습니다. 아쉬워할 할아버지를 위해 구조자는 토순이네의 근황을 알려주며 사진과 영상을 보냈습니다. 할아버지는 “누가 봐도 너무 예쁘게 생긴 강아지들이었다”며 “고마운 구조자 덕분에 좋은 곳으로 갔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평생 함께해 줄 따뜻한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개st하우스팀은 각각 다른 지역의 임보처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 토순이네 세 가족의 근황을 확인했습니다. 우선 심장사상충에 감염됐던 토순이는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상태였습니다. 토순이의 자견 대한이와 민국이도 무럭무럭 자라 제법 성견 티가 나는 늠름한 강아지들이 됐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에서 만난 퍼피 대한이와 민국이는 새끼 강아지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자랑했어요. 임시보호자 김하늘(38)씨의 집에서 함께 사는 두 퍼피는 총명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늘씨가 집에서 영화를 보다가 슬퍼할 때도 감정을 바로 알아채고 달려와 핥아주며 위로한다고 하네요. 똑똑한 퍼피들을 위해 행동전문가 윤이쌤과 미애쌤이 교육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모견과 떨어져서 지내게 된 퍼피들을 위해 윤이쌤이 제안한 건 ‘날 따라 해봐요’ 교육이었습니다. 보호자가 방석 위에 손을 올리면 하이파이브를 하듯이 반려견도 함께 손을 올리는 훈련이죠. 이 교육은 퍼피들이 보호자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퍼피들은 모견을 보고 행동을 배우는데 토순이가 없는 지금은 보호자가 모견의 역할을 대신 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두 퍼피는 처음에는 헤매는 것 같았지만 곧잘 방석 위에 보호자와 함께 손을 올리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똑똑하면서 사람을 좋아하는 순둥이 진도믹스 가족과 평생을 함께해 줄 소중한 입양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토순이네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설명을 읽어주세요.
■재개발 지역 고물상 할아버지가 떠나보낸, 토순이네의 평생 가족을 모집합니다.
1. 토순이
- 2살 추정, 진도믹스 암컷, 13kg
- 심장사상충 치료 완료, 접종, 중성화 필요
- 실외배변 선호, 깨진 치아가 있어 급여 시 주의 필요
- 순하고 사람 좋아하는 성격
2. 대한이
- 6개월 추정, 진도믹스 수컷, 8kg
- 접종 진행 중, 중성화 필요
- 낯선 환경에도 바로 적응, 장난꾸러기
3. 민국이
- 6개월 추정, 진도믹스 수컷, 8kg
- 접종 진행 중, 중성화 필요
- 살짝 겁이 있음, 애교많음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인스타그램 @help_tosun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토순이네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42~144번째 견공입니다 (102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1. 토순이
- 2살 추정, 진도믹스 암컷, 13kg
- 심장사상충 치료 완료, 접종, 중성화 필요
- 실외배변 선호, 깨진 치아가 있어 급여 시 주의 필요
- 순하고 사람 좋아하는 성격
2. 대한이
- 6개월 추정, 진도믹스 수컷, 8kg
- 접종 진행 중, 중성화 필요
- 낯선 환경에도 바로 적응, 장난꾸러기
3. 민국이
- 6개월 추정, 진도믹스 수컷, 8kg
- 접종 진행 중, 중성화 필요
- 살짝 겁이 있음, 애교많음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인스타그램 @help_tosun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토순이네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42~144번째 견공입니다 (102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최수진 기자, 최민석 기자 orc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