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보호·폐현수막 처리…앞장 선 기업들

입력 2024-09-01 00:10
LG화학이 잘피를 심기 전 여수 대경도 앞바다(왼쪽)와 잘피가 자라난 후(오른쪽) 비교 사진. LG화학 제공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전남 여수시 대경도 앞바다의 잘피 군락지는 감소하는 추세였다. 잘피는 다년생 해초로 탄소 흡수 능력이 우수해 주요 ‘블루카본’(해양 생태계의 탄소 흡수원) 중 하나로 꼽힌다. 약 1년이 흐른 현재 대경도 앞바다 잘피 군락지는 다시 넓어지고 있다. 풍부해진 생태계에 멸종 위기종인 ‘해마’도 대경도 앞바다를 찾았다.

여수 앞바다에 해마가 돌아오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은 환경단체가 아닌 LG화학이었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대경도 앞바다에 잘피 5만주를 이식했다. 잘피 서식지 복원 및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LG화학은 올해 잘피 2만주를 더 이식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환경보전에 힘쓰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환경단체에 기부하거나 일회성 캠페인을 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지방자치단체·환경단체 등과 협력하며 활동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동참하는 차원이다.

LG화학이 잘피를 바다에 이식하기 전 대경도 앞바다의 잘피 군락지 면적은 42.7㏊(헥타르)였다. 5만주의 잘피가 1차로 이식되면서 군락지 면적은 44.7㏊로 넓어졌고, 스스로 번식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6월 기준 잘피 군락지 면적은 45.5㏊까지 늘어났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군락지가 약 10㏊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LG화학 관계자는 29일 “LG화학의 대표적인 공장들이 모두 항구를 끼고 있다”며 “LG화학이 자연과 사회로부터 받은 게 많으니 그만큼 돌려줄 때 상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의 노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SK케미칼의 폐현수막 재활용 생태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폐현수막 약 6129t 중 재활용된 폐현수막은 약 1817t(29.6%)에 불과했다.

이에 SK케미칼은 지자체·사회적 경제조직 등과 협력해 폐현수막 재활용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 전북 군산시 관내에서 나온 폐현수막을 SK케미칼이 순환 재활용 페트(PET)로 만들고, 사회적 경제 조직인 ‘리벨롭’이 페트 소재를 토대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식이다.

지난 27일 SK케미칼 본사에서 (왼쪽부터) SK케미칼 김현석 사업개발 본부장, 군산시 신원식 부시장, 리벨롭 이준서 대표가 텍스타일 투 텍스타일(T2T, Textile To Textile) 재활용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은 이번 협력에서 순환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순환 재활용은 SK케미칼이 추진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드는 사업이다. 폐플라스틱을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려 다시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한 번 재활용 후 다시 버려지는 물리적 재활용과 다르게 반복적 재활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석 SK케미칼 사업개발본부장은 “이번 협약이 기업과 지자체의 협업을 통한 자원 순환 사업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멸종 위기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사업장 인근 지역의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해 월드비전과 함께 멸종 위기종 보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현대제철 임직원과 가족 100명으로 구성된 현대제철 가족봉사단이 사업장이 위치한 충남 당진에서 금개구리 생태 사다리를 설치하고 서식지 인근 정화 활동을 펼쳤다.

소위 제철소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제철소를 운영하는 현대제철 또한 사업적으로는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진행함과 동시에 사업장 인근 환경 보전에도 힘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취약한 멸종 위기종을 보전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