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억8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개신교 인구도 전체 인구의 약 8%인 2,000만 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가 기독교 인구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종교성 개신교 담당으로서 지난 2년간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제인 마리에 툴렁(Jeane Marie Tulung·53) 국장(Dirjen Bimas Kristen, 차관급)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29일 서울 서대문 인근에서 그를 만나 인도네시아 기독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원주의를 지탱하는 이념
판차실라(Pancasila). 고대 자바어로 ‘다름 속의 하나’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인도네시아 헌법에도 명시돼 있을 정도로 국가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이념이다. 판차실라는 모든 종교의 존중과 공존을 강조한다. 툴렁 국장은 “이 원칙이 개신교 내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만 328개의 다양한 개신교 교파가 존재한다”며 “이들 모두가 하나로 연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종교성의 중요한 과제”라고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체 인구의 8%가량을 개신교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타종교를 의식해 정부가 통계를 축소해 발표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선교사들의 전언이다. 실제로는 최소 15%에서 최대 20%까지 추정한다.
개신교 인구의 증가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립신학교의 발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전역에는 7개의 국립신학교가 설립돼 있다. 이들 학교는 단과대학으로 시작해 현재 모두 준 종합학교 수준으로 성장했다. 툴렁 국장은 “올해 안에 3개 학교가 종합학교로 승격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립신학교는 신학 교육뿐만 아니라 개신교 교사와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툴렁 국장은 “이들 학교의 발전을 위해 한국의 신학교들과 대학들과의 교류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교육적 교류가 인도네시아 기독교 교육의 질적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명을 감당하는 힘 ‘협력’
툴렁 국장의 이번 한국 방문의 주요 목적도 인도네시아 기독교 교육의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28일 포항시에 있는 한동대(최도성 총장)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대전광역시 목원대(이희학 총장)와 업무협약을 앞두고 있다. 툴렁 국장은 “협약을 통해 교환학생과 교환교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양국 간의 교육적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협력이 인도네시아 기독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기대를 표명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전 세계로 선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일이 계속 발전되기를 바란다”며 “인도네시아와 한국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툴렁 국장은 방한 기간 서울 동작구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본부를 방문해 강대흥 사무총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글로벌 선교에 동참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툴렁 국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국 기독교인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예수의 제자로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소금과 빛의 사명을 잘 감당합시다. 특히 한국의 젊은 크리스천들이 이 사명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툴렁 국장은 인도네시아기독교대학교(Universitas Kristen Indonesia Tomohon)에서 신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교육경영 분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네시아기독교국립대학교(Institut Agama Kristen Negeri Manado, IAKN Manado)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기독교 교육과 신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IAKN Manado의 총장을 역임했으며 2022년 인도네시아 종교성 개신교 부서 국장으로 임명된 뒤 현재까지 기독교 교육과 교회 일치에 중점을 두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