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사례비가 또 안 들어 왔어요”…목사가 고소득이라는 소문의 허상

입력 2024-08-29 12:59
교회 규모가 작아 목회자 사례비를 책임지지 못하는 교회가 생기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는 이중직 목회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택배 기사가 짐을 나르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29일 서울 성동구의 한 교회 담임인 A 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교회 재정이 예전 같지 않다. 이번 달에도 사례비가 제때 들어오지 않고 있다. 미안해서인지 아니면 익숙해져서인지 재정 상황에 대해 재정팀 누구도 말을 해주지 않는다. 재정이 부족하면 담임목사 관련 비용을 가장 늦게 지급하라고 했기에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부목사들 사례는 처리하셨는지 정도는 알려주시면 걱정이 덜 할 텐데….”

교회 재정이 어려워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통해 사례비가 제때 들어오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교회 재정이 빠듯하다는 것이죠.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승강기 관리비와 도로사용료 등 고정비와 공과금, 수선비, 부교역자와 직원 사례를 다 준 뒤에야 내 차례”라면서 “교인이 늘고 헌금이 동반 상승해야 해결될 문제인데 쉽지 않다. 직원과 부교역자들이라도 사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시무하는 교회는 단독 건물도, 부교역자도 있는 ‘안정적인 교회’입니다. 하지만 교인이 200명 가까이 출석하는 교회인데도 재정이 어려워 사례비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게 지금 교회 현실입니다.

지난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담임목사의 월 평균 사례비는 일반국민의 중위소득의 56% 수준인 216만원에 그쳤습니다. 49명 이하의 작은 교회 목사들은 여기에도 못 미치는 153만원을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앞선 A 목사의 사례처럼 일반 국민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비마저도 교회 사정에 따라 밀리기 일쑤입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목사들은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극소수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사례가 일반적인 것처럼 호도되는 게 이유입니다. 교인이 5000명을 넘어서는 대형교회의 경우 아무래도 넉넉한 사례비가 책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경우입니다. 대형교회 담임목사 중에도 ‘부목사보다 적게 받겠다’고 선언한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높은 사례비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죠.

A 목사는 “밀려도 언젠가는 사례비가 나오는 저는 나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예 사례비를 못 받는 동료 목회자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습니다.

“같은 지역 동료 중에는 사례비가 아예 끊겨 주중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분들 앞에선 어렵단 말도 못 꺼내죠. 조금 더 절약하고 청빈한 목회자의 삶을 살기로 다짐할 뿐이지 딱히 대안이랄 게 없습니다. 오늘도 힘내야죠.”

교인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목회자들도 더욱 가혹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죠. 이럴 때일수록 크리스천들이 할 일은 서로의 형편을 돌보고 중보기도하는 것 아닐까요.

“나는 제비 같이, 학 같이 지저귀며 비둘기 같이 슬피 울며 내 눈이 쇠하도록 앙망하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압제를 받사오니 나의 중보가 되옵소서.”(사38:14)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