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강도사 허락이 이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입력 2024-08-29 12:10
여안추가 지난 6월 예장합동 총회회관 앞에서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홈페이지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여안추·대표 구교형 김종미)이 ‘예장합동교단 신학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29일 발표했다.

여안추는 성명을 통해 27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 신학부와 총회신학정체성 위원회가 발표한 ‘총회 신학부는 여성사역자TFT의 여성강도사고시 청원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한 문제를 제기했다.

여안추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총회 신학부는 “여성 강도사 청원은 본 총회의 역사와 신학에 반하는 것이며 1907년 독노회와 1912년 총회 헌법에는 목사는 성찬에 참여하는 남자만 된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여안추는 “교단의 역사와 신학, 헌법이 성경보다 더 높은 권위를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며 “계속 발전하는 성경 해석학 연구로 개혁해야 할 것은 개혁하는 것이 개혁주의 신학의 기본자세”라고 반박했다.

또한 총회 신학부가 “강도권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격증이 아니며 강도와 성례 권한은 노회에 있다”며 “강도권 자격은 강도사 고시가 아닌 위임목사 권한으로 부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안추는 “강도사 고시가 강도권 자격과 관계없다면 굳이 강도사 고시를 치르게 하는 이유가 뭔가”라며 “왜 공적 설교자로서 강도사를 교단 헌법에 명시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여성사역자TFT는 여성 처우개선에 집중하지 않으며 이들에게 맡긴 수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총회 신학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여안추는 “여성 강도권 청원이 여성사역자들의 처우 개선과 관계없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수임 범위에 관한 논의는 교단 총회 본회 개회 후 TFT 보고를 받은 후 결정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하 전문>
예장합동교단 신학부에서 신학부(부장 송유하 목사)와 총회신학정체성위원회(위원장 이풍인 목사) 공동 명의로 “총회신학부는 여성사역자TFT의 여성강도사고시 청원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명색이 장자(長子)를 자임하는 교단의 신학부와 신학정체성위원회라면 그 주장하는 바의 신학적 기초가 튼실해야만 한다. 교단 총회의 신학부라면 교단 소속 목사와 교인들에게 건실한 신학 지침을 제시하여 이 말세에 교단의 복음 사역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신학적으로 도울 무거운 책임이 있다. 하지만 해당 성명서의 내용에는 이른바 “신학적”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단 한 가지도 없고 오히려 교단 정치부의 성명으로 오해할 정도로 내용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이다.

이는 같은 총회 내 부서인 정치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거나 정치부를 무시하는 처사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신학적인 내용도 아닌 지극히 정치적인 성명서에 왈가왈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교단 산하 교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학부에서 내세운 세 가지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여성강도사 청원은 본 총회의 역사와 신학에 반하는 것이다?
성명 내용을 보면 교단의 110년 남짓한 교단 역사와 신학, 교단의 헌법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교단의 역사와 신학 그리고 교단의 헌법이 우리가 믿는 성경보다 더 높은 권위를 지닌 것처럼 느껴지고 ‘오래된 것’이면 무조건 진리의 표준이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래된 것이 진리이고 그것에 반하는 행위가 문제라면 유대교의 오랜 전통에 맞섰던 예수님이 잘못하신 것이고 수십 세기 이어져 온 천주교의 전통에 반기를 든 종교개혁자들이 잘못한 것이다. 아무리 오래 이어져 온 교단 역사와 헌법이라 할지라도 계속 발전하는 성경해석학의 연구 결과에 기대어 개혁해야 할 것은 계속 개혁해 나가는 것이 개혁주의 신학의 흔들림 없는 기본 자세 아니겠는가. 총회 신학부의 주장은 마치 오늘날도 갓 쓰고 상투 틀고 다니는 것이 옳다고 벅벅 우기는 것처럼 들린다.

2. 강도권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격증이 아니다?
신학부의 이런 주장 역시 교단 헌법을 절대시하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므로 1항의 주장과 내용상 전혀 차이가 없다. 그저 성명서 항목 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몹시 부자연스럽고 조잡한 주장에 불과하다. 우선 강도권이 노회에 있는 것이라면 왜 총회에서 강도사 고시를 주관하고 강도사 인허를 개인에게 하는가?

또한 지금도 남녀 전도사에게 설교하는 권한을 주고 있고 더 이상의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면 왜 구태여 총회에서 굳이 강도사 고시를 치르게 하고 우리 교단은 “공적 설교자로서의 강도사”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가? 따라서 교단의 헌법을 공적으로 무시하는 신학부가 오히려 교단의 헌법과 신학을 무시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아울러 교단 헌법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면 교단 헌법 맨 뒤에 헌법 개정을 위한 ‘부칙’은 왜 만들어 둔 것인가. 헌법의 부칙 자체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라는 것, 교단 헌법도 성경의 진리에 따라 불합리한 조항은 언제든 개선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만든 조항 아닌가. 강도권이 개인에게 주어진 자격증이든 아니든 그런 말장난과 상관없이 성경 어디에 “오직 남자만 목사 안수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으며 성경 어디에 “여자는 목사 안수하면 안 된다”는 구절이 있는가. 신학부라면 신학부답게 이 물음에 신학적으로 진지하고 정직하게 답을 하라.

3. 여성사역자TFT는 수임받지 않은 안건을 청원하였다?
여성사역자TFT가 여성사역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여성강도권 청원이 어째서 관계가 없는가. 도대체 어떤 신학적인 이유로 여성강도권 청원이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인가. 여성강도권을 포함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면 총회에서 도대체 뭐하려 거창하게 TFT까지 구성해서 운용하는 것인가. 여성사역자TFT의 청원 사항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교단총회 본회 개회 후에 TFT의 보고를 받은 다음 교단 총대들의 집단지성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지 총회에 보고도 하기 전에 총회 신학부에서 나서서 “불법성” 운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말 불법성이 있다고 말하려면 총회 개회 후에 신학부답게 “신학적인 이유”를 들어서 총회 앞에 정중히 의견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명색이 장자교단이라는 예장합동 총회가 작년 총회에서 여성강도권을 허용하고 나서 이틀 뒤에 동일 총회에서 앞선 결의를 뒤집는 낯 뜨거운 결정을 하여 성(聖) 총회의 위상을 제 발로 사정없이 짓밟아 버리고 총회의 권위를 시궁창에 처박아 버렸다. 작년 총회에서 그처럼 몰지각한 행위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또 총회 신학부라는 가면 뒤에 숨어 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총회여성사역자TFT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예장합동 총회가 얼마나 무질서한 조직인지를 만천하에 또다시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총회 신학부와 신학정체성위원회는 총회여성사역자TFT와 총회 임원 그리고 총회 산하 모든 성도들에게 스스로의 경솔함을 자백하고 정중히 공개 사과하고, 총회신학부 본연의 역할에 전념하라!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