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 질환의 희망…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허들 낮춰야”

입력 2024-08-29 11:19 수정 2024-08-29 11:29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국민일보와 쿠키뉴스 주최 2024 미래의학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은 29일 “환자와 환자 가족이 ‘더 살아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비로소 정상적인 가족이 됐다’는 가슴 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이게 바로 임상 연구가 추구하는 바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2024 미래의학포럼’에서 ‘첨단재생바이보법 시행 4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 나섰다. 그는 이날 “경제적 성과보다는 의료적 성과를 강조하고 싶다”며 최근 임상 연구회 성과 교류회에서 나눈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의 첨단재생의료 치료 사례를 소개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기도 손상을 겪은 갑상선 환자는 세포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된 중증 환자는 특이 자가 T세포를 주사 받아 완치되기도 했다. 면역세포 치료제는 간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박 원장은 “이러한 임상 연구가 치료법이 없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첨단재생의료는 살아있는 세포와 유전자, 조직 등을 활용해 신체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키는 첨단 의료를 말한다. 현대 의학의 한계로 거론되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등을 치료할 대안이자 미래 바이오헬스산업의 핵심 기술로도 꼽힌다. 지난 2월 개정된 첨단재생바이오법은 2019년 제정 이후 재생의료 발전의 두 번째 기점으로 평가된다. 재생의료 연구 대상이 확대됐고, 보건복지부 지정 재생의료기관에서 환자 치료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첨단재생의료를 위한 임상 연구와 산업 인프라도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의료 실시기관은 2021년 22곳에서 지난 7월 기준 96곳으로 증가했다. 임상 연구 교육을 수료한 인력도 2021년 824명에서 1823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한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2017년 30조1323억원에서 2028년에는 9배 증가한 280조275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재생의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임상 연구 계획은 지난해 51건에서 올해 3월 기준 12건으로 크게 줄었다. 국산 제품은 세포치료제로 국한됐고, 그마저도 2020년 이후로 허가된 사례가 없다. 박 원장은 “유럽 의약품청, 미국 식품의약국,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등에선 다양한 치료제가 시장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혁신 치료기술이 포함된 고위험 임상 연구의 승인 과정을 ‘식약처장 승인’에서 ‘식약처 검토’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상 연구의 심의 과정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식약처장 승인은 어마무시한 허들”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임상 연구가 쌓여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될수록 연구에 뒤따르는 고중저 위험도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국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첨단재생의료의) 성공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안전 확보, 법 제도, 경제적 파급 효과, 국민 소통 등이 뒷받침돼야만 한국 (첨단재생의료) 기술도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