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학생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확산하자 피해 학교 현황을 지도에 표시한 홈페이지가 화제다.
29일 온라인 사이트 ‘딥페이크 피해학교 지도’에 접속해보니 지역별로 딥페이크 범죄 피해 사례가 발생한 학교가 표시돼 있었다. 확대하면 좀 더 자세한 지역을 알아볼 수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피해 학교 명단이 기재돼 있다.
지난 28일 이 사이트는 “지금까지 누적 접속 300만회를 넘겼고, 등록된 학교도 500개가 넘는다. 더 많은 피해 학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중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 알려졌다. A군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확진자를 알려주는 지도를 보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을 계기로 피해 학교 지도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JTBC ‘아침&(앤)’과의 인터뷰에서 “다니는 학교에서도 피해자가 5명 정도 된다고 들었다”며 “아는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되니 ‘실제 (있는 일이) 맞구나’라는 생각에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에 따르면 A군은 사건을 알게 된 뒤 2시간 만에 사이트를 혼자 만들었다. 사이트가 만들어진 뒤 접속자가 폭증하면서 디도스로 추정되는 공격도 잇따랐다. A군은 “갑자기 인지도가 높아졌다 보니 횟수로 따지면 50번 넘는 (디도스) 공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제보 메일이나 SNS를 통해 피해 학교를 정리했기 때문에 실제 제보 학교에 피해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A군은 “SNS를 안 하는 학생이라면 다른 애들이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나 게시글을 올려도 자신이 (사건을) 인지할 수 없다”며 이 사이트를 통해 문제를 알리고 경각심을 주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딥페이크 사진·영상물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대거 유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텔레그램에는 전국 초·중·고·대학 이름이나 ‘지능방(지인능욕방)’ ‘겹(겹치는)지인방’ 등의 이름으로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 및 유포하는 불법 대화방이 줄줄이 생겨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로부터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가운데 36.9%(288명)는 10대 이하 미성년자였다. 딥페이크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뒤늦게 정치권에서는 이를 방지·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