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을 표기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교육의봄 부설 좋은채용연구원에 따르면, 상공회의소에 등재된 154개 기업 중 36곳이 채용 과정에서 학벌이나 학연,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거나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고 명문화했다.
연구원은 상공회의소 신기업가정신협의회 사이트에 게재된 154개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검토해 ‘채용에서 학벌 비차별’ 여부를 확인했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대기업 등에서 학벌을 중요한 취업 스펙으로 보거나 중시한다는 인식에 비해,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기업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특히 금융권의 경우 2019년 채용 비리 사태가 발생한 후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선택한 블라인드 채용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 채용을 강조한 곳은 삼양사와 현대 계열의 기업이 각각 3곳, 삼성 한화 롯데 대한항공 계열 기업이 각각 2개씩 이었다.
한국의 기업들은 경영 전반에서 부당한 차별이 없도록 명시한 곳이 많았다. 현대인프라코어의 경우 21개 항목의 차별금지 조건을 적시했다. 이 회사는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국가, 민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이나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을 이류로 채용 평가 보상에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의 85.7%가 차별금지 항목을 적시했고, 7개 이상의 항목을 꼽은 회사도 92곳으로 전체의 59.7%였다. 이같이 정책적으로 차별 금지를 명시한 기업은 조사 대상의 98.7%로 한국 기업의 인권경영과 차별금지는 글로벌한 수준이라고 교육의봄은 평가했다.
좋은채용연구원 이원규 원장은 “학벌 차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업 중에서도 입사지원서에 학부 출신학교를 기재하도록 명문화한 회사가 9곳 있었다”면서 “보고서 상의 선언이나 명문화를 넘어 경영과 채용 실무에 이런 내용이 적용돼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방 디지털뉴스센터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