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숨진 부천 호텔… ‘810호 문’은 왜 열려 있었나

입력 2024-08-28 16:22 수정 2024-08-28 16:25
뉴시스

투숙객 7명이 숨진 지난 22일 경기 부천 원미구 호텔 화재 당시 발화 지점인 810호 문이 열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만 닫혀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연합뉴스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화재는 에어컨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했다. 7층 810호 에어컨에서 떨어진 전기 불꽃이 소파와 침대 매트리스에 옮겨붙은 뒤 객실 전체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810호를 배정받은 투숙객 A씨는 당일 오후 7시31분쯤 입실했다가 타는 냄새를 맡고 3분 만에 나왔다. 이후 호텔 직원에게 “에어컨 쪽에서 ‘탁, 탁’ 하는 소리와 타는 냄새가 난다”고 얘기한 뒤 한 층 아래의 710호를 받아 방을 옮긴 것이다. 그러나 A씨는 810호를 떠나며 문을 닫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10호 문은 2004년 호텔 준공 당시 방화문으로 시공돼 A씨가 닫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닫혀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객실 문에 설치됐어야 하는 문 자동 닫힘 장치 도어 클로저가 없었기 때문이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방화문은 화재 발생 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항상 닫혀 있거나 연기 감지 시 자동으로 닫혀야 한다.

당시 CCTV를 보면 오후 7시37분 7초쯤부터 810호에서 연기가 나오더니 83초 만에 7층 복도 전체가 유독 가스로 뒤덮였다. 전문가들은 810호 문이 닫혀 있기만 했더라도 연기와 유독 가스가 빠르게 퍼지지 않아 사망자가 없거나 지금보다 적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A씨로부터 810호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 확인하러 올라간 호텔 매니저 B씨가 같은 층 투숙객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키지 않은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조사 결과 B씨는 7층 연기를 확인한 뒤 신속하게 119에 신고했지만 투숙객들을 도망치게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B씨를 형사 입건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B씨를 포함한 호텔 관계자들이 화재 초기에 적절히 대응했는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