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6주 태아의 낙태를 다룬 브이로그가 온라인에 공개되고 영아 살해에 가까운 낙태가 잇따라 발생하며 생명 경시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5년간 지속된 낙태죄 관련 법안의 입법 공백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태아생명보호법안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우리 사회의 태아 생명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상임대표 이봉화)가 주관하고 국민의힘 조배숙 조정훈 의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총회장 오정호 목사)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현장은 태아생명보호운동에 동참하는 단체 회원과 일반 시민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오정호 새로남교회 목사는 격려사에서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태아를 죽일 권리는 없다”며 “한 생명은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하나님의 말씀처럼, 생명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싸우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봉화 상임대표가 진행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사무총장 장지영 교수는 ‘국내 태아생명보호 운동의 역사, 향후 방향, 정부에 바라는 내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태아생명보호운동은 단순히 낙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태아 생명의 존귀함을 알리고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1990년대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태동한 국내 태아생명보호운동은 단체 간의 유기적 연합과 교회 밖에서 생명존중을 위한 교육, 입법의 활동으로 확장됐다”며 태아생명보호운동의 전략 중 하나로 정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미국의 SBA라는 시민단체는 정치인 후보자들의 생명존중인식도에 대해 평가한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며 “태아생명보호법의 제정을 위한 유권자의 적극적 관심 표명과 생명존중 의식을 지닌 정치인 선출을 위한 선거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정부에 조속한 낙태죄 개정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생명 보호의 의무가 있으며, 처벌이 핵심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이후 현재까지 대체 입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상원 교수는 ‘교계가 바라보는 태아생명보호 방안, 교회가 입법에 대해 정부에 바라는 내용’이라는 발제에서 낙태법이 태아생명보호의 근간이 되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의 낙태 관련 판례와 법률을 언급하며 법률의 변화가 태아의 생명권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모자보건법은 가임기의 여성, 임산부, 영유아의 보호규정만을 담고 있다”며 “이는 태아보호 규정이 없는 절름발이 법률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모자보건법과 1973년 미국에서 낙태 합법화를 이룬 ‘로 대 웨이드 판결’의 공통 전제는 태아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며 “태아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본다면 태아를 희생시키고 임산부의 행복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타당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아는 임산부와 염색체 구조가 전혀 다른 독립된 개체라는 점에서 임산부의 신체 일부라 할 수 없다”며 “낙태에 관한 바른 입법 방향은 태아에 대한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태아를 산모와 독립된 인간으로 보고 생명을 지키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태아의 운명 결정과 출산 후 양육 문제에 있어 남성에게도 공동의 책임을 묻고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 이후, 홍순철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의 ‘모자보건법 개정 방안 연구’, 1776연구소 소장 조평세 박사의 ‘미국의 태아생명운동의 역사와 교훈’, 연취현 변호사의 ‘낙태법 개정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