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복절 기미가요’ 논란에 “일반인 알기 어려워”

입력 2024-08-28 13:59 수정 2024-08-28 14:13
KBS캡처

KBS가 지난 15일 광복절 첫 방송으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와 일본 전통 의상 기모노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한 것에 대해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오페라에 등장한 기미가요에 대해서도 전문가 말을 인용해 “(오페라 속에) 편곡된 것이라 일반인들은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27일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건가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시청자청원에 공식 답변을 달았다. 청원 게시 후 30일 동안 1000명의 동의를 받으면 KBS 관련 부서에서 답변을 해야한다. 지난 15일 광복절에 올라온 해당 청원은 28일 오전 11시 기준 1만 6933명의 동의를 받았다.

KBS는 답변에서 “시청자 여러분에게 불편함과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그러면서도 오페라 ‘나비부인’의 시대적 배경이 서구 열강이 19세기 후반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키면서 게이샤(기생)를 상대로 한 국제 결혼이 사회 문제화됐던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KBS는 “오페라는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현지처가 된 게이샤가 자식까지 빼앗기고 자살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라면서 “이런 내용의 오페라 방영이 일제를 찬양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오페라에 등장한 기미가요를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KBS는 “전문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미가요 선율은 남녀 주인공 결혼식 장면에서 남자 배우의 독백 대사에 반주로 9초 동안 사용됐다. 이후 6초간 두 마디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변주돼 나왔다”며 “관련 전문가는 기미가요의 원곡이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돼 쓰였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페라를 방영한 ‘KBS 중계석’이 수준 높은 문화 공연물을 그대로 녹화 방송하는 교양프로그램이라 KBS심의실의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진이 제작부터 방송까지 책임지는 ‘제작진 위임심의’로 분류돼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담당 제작 PD가 이번 작품을 제작해 편성에 넘긴 뒤 8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방송을 앞두고 같은 제작 부서 및 편성 부서와 방송 내용에 대해 공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KBS는 다만 답변 말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을 확인 못 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삼일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및 추석 등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사전 심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