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대표 사학 조선대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사장 퇴진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학내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범조선인비상대책위는 “다음 달 새 학기가 개강하면 김이수 이사장 퇴진 운동을 본격화한다”고 28일 밝혔다.
교수평의회, 총동창회, 교원노조, 조선대 민주동우회 등 학내 주요 11개 단체로 구성된 비대위는 지난 6월부터 글로컬대 탈락 책임과 일방적 학교운영, 대학 사유화, 학사개입 등을 문제 삼아 김 이사장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7월 18일 이사장 면담에서 퇴진을 처음 요구한 데 이어 같은 달 25일과 8월 22일 이사장 퇴진촉구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9월 새 학기 개강 이후 학내구성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향후 투쟁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이 국내 유일 민립대학의 합리적 지배구조를 안착하기 위한 공익형 이사제 도입을 수년째 묵살하고 이사장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1인 독재체제’ 구축에 몰두한다는 입장이다.
정관 개정에 따른 행정권 장악 시도, 교원 인사위 기능 말살, 법인 사무처장과 병원장 부적절 임명, 무리한 조선대 병원 신축, 불투명한 의약품 납품업체 심사 등을 구체적 퇴진 이유로 꼽고 있다.
비대위는 또 김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9명의 최근 4년간 발전기금 유치실적이 ‘0’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비상근인 김 이사장은 불법적으로 월 800만 원 정도의 실질적 임금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김 이사장이 무능한 법인운영으로 조선대 발전의 발목을 잡은 만큼 권력 잡기에 혈안이 된 그가 퇴진할 때까지 천막농성과 서명운동 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이사장과 이사회는 비대위가 불합리한 법인운영에 불만을 제기하자 김모 이사 별세 이후 ‘궐석’ 중인 이사 1명 자리에 광주시장 추천을 받아 공익형 이사를 새로 임명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등 학내갈등 봉합에 나섰다.
이와 함께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참여한 4개 TF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대폭 끌어올리고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한 대학자치 운영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민주적 학교운영에 최선을 다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이사장 등은 재정안정을 위한 글로컬 대학 선정 등을 위해서는 특정인 퇴진 논의보다는 장기적 학교발전 방안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 유일의 민립대학인 다음 달 29일 개교 78주년을 맞는다.
해방 직후인 1946년 당시 전남도민과 출향인사 등 7만2000여 명의 모금을 통해 설립된 조선대는 1988년 학내 민주화 과정에서 박철웅 전 총장 일가가 물러난 후 교육부 관선 이사 파견 등 우여곡절을 거쳐 2020년부터 정이사 체제로 복귀했다.
국내 330여 개 대학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클라우딩 펀딩’ 방식으로 설립돼 그동안 30여만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학교법인 산하에는 현재 조선대, 조선간호대, 조선이공대, 조선대부속고, 조선대여자고, 조선대 부속중, 조선대여자중 등 7개 학교와 조선대병원, 조선대 치과병원, 조선대권역재활병원 등 3개 병원을 운영 중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특정 세력에 의해 사유화됐다가 민립대학 위상을 굳혀가던 조선대가 학내갈등 소용돌이로 침몰한다면 지역사회 전체의 막대한 손실”이라며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교육·연구에 집중하는 건강한 학문 공동체로 거듭나도록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