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방사선 피폭 직원 ‘기준치 188배’ 노출”

입력 2024-08-27 18:04 수정 2024-08-27 19:39
지난 26일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건과 관련해 부상을 입은 직원의 손에서 기준치의 188배를 초과하는 방사선 피폭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사고 이후 회사 측이 ‘원자력병원으로의 이송을 하루 늦추자’고 제안하는 등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27일 피폭 피해자 인터뷰를 공개하고 “사고 직후 피해자는 손가락 7개를 절단할 위기에 처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하다”며 “그러나 회사의 대응은 무책임하고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를 통해 삼성전자 피폭 사건 중간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5월 27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8인치 반도체 웨이퍼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의 손 부위가 엑스레이(X-ray)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현황에 따르면 피폭자 2명은 손 부위에 부종과 홍조, 박리 등이 있어서 치료 및 추적 관찰 중이다. 전삼노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피해자들은 손 표피가 전부 벗겨져 일어나거나 손가락이 붉은 반점에 뒤덮인 상태다.

원안위가 개인별 피폭 시나리오를 분석해 재현실험과 선량평가 등을 수행한 결과 피해 직원 두 명 모두 피부(손)에 대한 피폭 정도를 나타내는 등가선량이 안전 기준치를 뜻하는 선량한도인 연간 0.5시버트(㏜)를 크게 초과한 94㏜, 28㏜로 나타났다.
피폭상황 작업 개념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작업종사자의 경우 1년에 최대 0.5㏜까지 노출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각각 188배, 56배 초과한 것이다.

94㏜ 방사선 노출은 최악의 경우 손가락이 괴사돼 절단 가능성도 있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에 28㏜가 피폭된 작업자는 인체 전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전신 유효선량이 130m㏜로 기준치인 연간 50밀리시버트(m㏜)를 초과했다. 다른 작업자는 유효선량이 15m㏜로 분석됐다.

원안위는 손을 집어넣은 작업자는 손에 피폭이 많은 반면 상체는 내부 케이블 등이 방사선을 가려 피폭이 적었고, 핸드폰 촬영 업무를 하던 작업자는 상체에 피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피폭 작업자들이 사고 다음 날인 5월28일 몸에 이상을 느끼고 피폭 의심 신고를 했지만 회사 측은 형식적인 절차를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사내 병원에서는 방사선 전문 진료 인력의 진단이 아닌 일반 의료진에 의해 형식적인 검사만 받았다고 한다.

이후 피해 작업자들이 방사선 진료 전문 병원인 서울 노원 원자력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으나 사내 규정상 불가하다는 이유로 인근 아주대병원으로 대신 이송됐다고 노조는 밝혔다. 사측은 사내 병원 구급차가 한 대뿐이라 사업장이 위치한 경기 남부 권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한다.

노조는 “사측은 (피해 작업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에도 원자력병원으로의 이송을 다음 날(29일)로 미루자’고 제안했다”며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즉시 원자력병원을 찾아 림프구 수치 검사를 받았다. 만약 이송을 미뤘다면 정상으로 돌아온 림프구 수치 때문에 피폭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료비 지원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산업재해 인정이 바로 안될 것 같으니 병원비라도 어떻게든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절차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노조 측은 피해 직원의 가족이 천만원 상당의 카드론 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부담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항의해서야 회사의 치료비 지원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병원 이송 절차와 관련해 피해 직원이 가장 신속히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했다”며 “치료비에 대해서도 피해자 치료비와 간병비 등을 지급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 중이며, 결과에 따라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이라며 “피해 직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방사선안전관리 특별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면 9월 말 조사 결과를 최종 공개할 예정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