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약 절반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1명은 답답하고 분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30대가 높은 수준의 울분을 겪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포인트)의 주요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조사는 올해 6월 12∼14일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서 울분 수준은 1.6점 미만(이상 없음), 1.6점 이상∼2.5점 미만(중간 수준), 2.5점 이상(심각 수준) 등 3개 구간으로 나눴다. 1.6점 이상은 중간 수준 이상의 울분 속에 있거나 그런 감정이 계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로 규정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9.3%는 심각한 울분 상태였다. 울분과 자살 생각을 비교해 본 결과 2.5점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겪는 이들의 60.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심각한 울분 비율은 30대에서 13.9%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에서 3.1%로 가장 낮았다. 30대는 1.6점 미만의 정상 상태 비율(45.7%)도 가장 낮았다.
‘전반적인 세상의 공정함에 대한 믿음’ 점수는 만 60세 이상(3.42점)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20·30대(3.13점)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하며 ‘세상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경제적 위치를 상중하 3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스스로가 ‘하층’에 속한다고 인식하는 응답자 중 60%가 중간 이상의 울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신을 ‘상층’으로 인식하는 응답자 중 61.5%는 ‘이상 없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울분은 누구나 살면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 감정이지만 울분 수준이 중요 정신건강 지표인 우울·자살 생각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고 있다”며 “우울과 불안 등 기존 정신건강 지표에 더해 울분처럼 현실적인 정서 상태를 함께 다루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