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빌립, 비보이 ‘필 위자드’입니다. 제 첫 브레이킹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감사합니다.”
캐나다 국가대표로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올림픽 브레이킹 비보잉 부문 사상 최초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빌립(27·활동명 필 위자드)씨가 메달을 딴 후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목회자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영상 속엔 빌립씨가 한국인 목회자들의 기도와 응원, 축하에 감사하다며 인사를 남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캐나다 이민목회자로 빌립씨를 키워온 아버지 김병태(61) 전 동행감리교회 목사는 지난 19일 국민일보와의 줌(Zoom) 인터뷰에서 해당 영상을 보여주며 “(아들이) 금메달을 따고 바빠 아직 본가에도 들리지 못했는데 그 와중에도 목사님들께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작은 이민교회를 하는 한인 목회자가 아들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비결은 무엇일까. 김 목사는 그 비결을 하나님 은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들이 안정된 직장에 다니길 원하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지지하고 기도했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목회하고 아이 셋을 기르다 보니 금전적인 지원은 어려웠지만, 아들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훌륭하게 금메달리스트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이는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와 그의 아내가 브레이킹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무리 재능이 있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세계적인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비록 나는 치매로 투병 중인 어머니의 간호를 위해 교회를 사임하고 목회를 내려놓았지만, 주님께서는 아들 빌립이를 통해 빛을 비춰주시고 우리 가정에 놀라운 선물을 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빌립 김 선수는 2명의 형제와 마찬가지로 어릴 적부터 김 목사의 교회에 다녀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현재까지도 과거 사귄 ‘교회 친구’들과 SNS로 소통하며 응원과 격려를 받아오고 있다. 그가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지역 영어권 교회이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 등 절기에는 부모님의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 목사는 “아들들이 모두 영어권에서 자라다 보니 한국어가 미숙해, 집에서 독립해 다른 지역에 살게 된 이후부터는 세 아들 모두 자유롭게 자신에게 맞는 영어권 신앙 공동체를 찾아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하나님께서 그의 인도하심과 때에 맞춰 아들들을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더욱 좋은 신앙의 삶으로 이끌어가실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들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희망 사항도 있었다. 김 목사는 “아들들이 적게 번다 할지라도 내가 속해있는 땅에서 건강하게 많은 사람을 돌봐주는 한 지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며 “자식들을 위해 기도할 때면 늘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것을 믿고 있기에 염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성도들을 위한 메시지도 있다. 김 목사는 “이번에 아들의 모습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우리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던 주님과 동행하는 믿음을 가지고 빛의 자녀로서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내면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신다는 것”이라며 “어려운 시대 가운데서도 크리스천들이 빛의 자녀로서, 어떤 삶이라도 빛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줄 때 주님께서는 그 빛이 더욱 아름답게 드러나게 하시니 이를 믿고 건강하게 주님과 동행하며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