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주요 병원 3곳 파업 초읽기…의료공백 현실화되나

입력 2024-08-27 14:59

광주·전남 주요 병원 3곳이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 심각한 의료공백이 우려된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지키던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업무가중 개선대책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일제히 파업을 예고했다.

광주·전남보건의료노조는 “조선대병원·호남권역재활병원·순천성가롤로병원 3곳 노조가 총회와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전공의 사태로 ‘비상의료체계’를 유지 중인 조선대병원 노조는 6.4% 임금인상과 야간근무 업무환경 개선, 간호사 불법의료 근절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새롬 보건의료노조 조선대지부장은 “정신적 체력적으로 버티기 힘든 기본임무에 더해 종전 전공의가 하던 각종 업무까지 떠맡고 있지만 오랫동안 일방적 희생만 강요당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의정 갈등에 따른 병원 적자 등을 이유로 동결안을 제시해 합의가 여려운 상황이다. 전공의 집단사직과 입원병상, 수술·외래 환자 감축으로 경영난이 가중돼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선대병원 노사는 28일 노동위 중재에 따른 2차 조정회의 등 막바지 교섭을 앞두고 있으나 이마저 접점을 좁히 못할 경우 29일부터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노조원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이 병원 노조파업이 현실화되면 병상 가동률이 80% 수준에서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 전남지방노동위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한 조선대병원노조는 20일부터 23일까지 전체 조합원 1177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 참여자 중 74.7%(805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입원·통원 환자와 가족들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여건인데 노조가 파업하면 의료환경이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호남권역재활병원도 28일 노사간 회의결과에 따라 파업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천 성가롤로병원은 그나마 노사교섭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파업 돌입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 3개 병원 노조는 최종 교섭이 진행되는 28일 지부별 파업 전야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사직과 간호사 등의 집단 파업이 이어지면 병원진료 차질 등 의료공백 후유증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병원 측은 노조의 잇단 파업예고로 비상이 걸렸다. 과거 파업 때는 비노조원 등의 비상근무를 늘리는 방안으로 대처했으나 이미 전공의 사태로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 중인 상황에서 간호사들마저 이탈하면 정상적 병원 진료가 불가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막바지 교섭에 집중하기로 했으나 뾰족한 대책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대병원과 함께 광주의 양대 상급병원인 전남대학교병원과 전남대병원 노조는 단체교섭 전 조정 단계로 매주 수요일마다 성실한 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해 현재 막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병원 노조가 임금 인상과 단체협약 내용 준수, 복지 등을 요구한 데 대해 병원 측이 구체적 임금인상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서 노동위에 대한 조정 신청이 잠정 보류됐다.

조선대 병원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 만반의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파업 돌입을 막기 위해 노동위 중재 교섭에 최대한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