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가족 등 지인의 얼굴과 여성의 나체를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공포를 호소하는 여성들에 “성적 매력을 인정받은 것이니 만족하라”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논란이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취업 제한, 진학 제한 등 사회적 처벌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X·옛 트위터)에는 “텔레그램 아니어도 다 할 수 있는데”라는 제목의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글이 공유됐다. 작성자는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두고 “성범죄 대상으로 쓰임 당했다는데 만족하고 살아라. 네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하지도 않았는데 그게 뭔 범죄냐. 그럼 동의 없이 얼굴 합성시켜서 캐릭터 만든 후 죽이는 게임을 만들면 유사 상해죄냐”고 했다.
A 대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해당 게시물은 영어로 번역돼 X를 통해 해외로 확산하고 있다.
빼어난 외모를 지닌 일부 여성만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며 안심하라는 내용의 게시글도 논란이다. 또 다른 B,C 대학의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너희는 걱정할 일 자체가 아니지 않냐. 딥페이크도 노동인데 가치 있는 거로 작업하고 싶지 않겠냐” “여성분들 80%는 안심하고 발 뻗고 자도 돼. 너 그 정도 급 아니야”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게시글이 특정 외모, 특정 나이대의 여성만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분석한다. 일상이 위협받는 공포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 혐오를 바탕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이같은 혐오표현이 격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그중 하나로는 입시, 채용 등 사회 진출 단계에서 디지털 성범죄 기록이 발견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꼽힌다. 예를 들어 미국 하버드대학교는 2017년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을 만들어 성적 비하 발언을 하고 관련 사진을 공유한 최소 10명의 예비 입학생들의 합격을 취소 조치했다. 여성학 박사인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기업과 협의해 채용 단계에서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 게시글이 발견되면 불이익을 주는 등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유포뿐만 아니라 단순 소지 또한 처벌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딥페이크 처벌법’으로 불리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르면 반포할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영리 목적일 경우 7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