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발표 기준 지난해 국내 시각장애인 수는 24만8000여명이다. 사역자들에 따르면 그중 기독교인은 1% 내외로 다른 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독교 자료도 흔치 않은 상황에서 AL미니스트리(대표 정민교 목사)가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을 위한 성경 지도를 펴냈다. 성경을 읽으면서 예루살렘이 어디에 있는지, 바울 사도는 어떤 길로 선교 여행을 떠났는지 상상만 했던 시각장애인들이 이제 손끝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으로 보는 AL 촉각 성경 지도’(AL소리도서관)를 펴낸 AL미니스트리는 2009년 설립된 시각장애인 선교단체다. 지난해 부산에 ‘AL-소리도서관’을 열어 기독교 서적을 데이지(DAISY·점자로 읽거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전자도서)로 보급하는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꾸준한 사역을 펼쳐왔다. 정민교 목사는 시각장애인 목회자들이 신학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지형·지명을 상상만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지도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25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 목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성경 지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지인이 손바닥에 지도를 그려주는 것으로 부족하나마 궁금증을 채웠다”며 “시각장애인 목회자들이 먼저 지도를 확실히 알아야 성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성도들에게 정확히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대한성서공회가 만든 지도를 참고로 한 35개 촉각 지도가 실렸다. ‘창세기의 세계’를 비롯해 ‘로마제국의 모습’ ‘바울의 1, 2차 선교여행’ 등 성경 속 배경이 그대로 재현됐다. 지명은 점자로 되어 있으며 바다와 육지는 만졌을 때 촉감이 다르고 국경은 점선으로 표기해 시각장애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저시력자도 볼 수 있게 큰 글씨로 인쇄했고 범례도 만들었다. 두 명의 시각장애인 사역자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여러 교회와 성도들이 물심양면으로 함께했다. 지도는 무료로 보급될 예정이다.
AL미니스트리는 많은 시각장애인이 촉각 성경 지도를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다음 달 2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세미나(포스터)도 연다. 정 목사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지도를 들고 성지순례를 떠날 날이 곧 오기를 꿈꾸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성경을 이해하고 기독 서적을 읽으며 신앙을 키우길 희망합니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함께 품으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나가면 좋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