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무렵이었다. A(27)씨는 호기심에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를 다녔다. 하나님의교회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고신 등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란 사실을 알자 그는 곧장 탈퇴했다. 기성교회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교회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잠깐이나마 이단 단체를 다녔단 이유에서다.
A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교회 사모님을 포함해 많은 교인이 제가 이단을 나왔다는 이야길 하면서 ‘교회를 나가라’는 식으로 눈치를 줬다”며 “이 같은 현실을 견디지 못해 교회를 떠났다. 정이 떨어졌고 다시는 다니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A씨가 “이단을 탈퇴한 사람들도 똑같이 믿음 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며 “나그네의 쉼터가 돼 주고 이웃을 환대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이야기는 이들을 향한 교회의 역할도 고민하게 했다.
이단·사이비 단체 탈퇴자가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락방(세계복음화전도협회) 탈퇴자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다락방의 이단성을 밝히면서 탈퇴 후 기성교회의 교리적 가르침을 받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선 교주 정명석의 성폭행 혐의가 폭로되자 신도들이 잇따라 탈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단 탈퇴자들을 교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한 교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교회가 이단 탈퇴자들이 온전한 회심을 할 수 있도록 이단 상담소를 이어주고 이들을 진심을 다해 환대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회데이터터연구소(대표 지용근)는 최근 2주간 목회자 588명을 대상으로 ‘만일 목사님 교회에 신천지 등 이단 출신자가 교회에 등록하기 희망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란 질문으로 넘버즈 폴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 가운데 54.4%가 이단 출신 교인을 ‘받아들인다’고 응답했다. ‘받아들이기 어렵다’(39.1%) ‘잘 모르겠다’(6.5%)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목회자 10명 가운데 4명은 이단 출신 교인을 받지 않겠단 것이다.
목회자들이 이단 탈퇴자들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청한 B목사는 “이단을 탈퇴한 이들도 환대를 받아야 하는 존재”라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은 전혀 없지만 ‘이들이 이전 교리를 온전히 잊을 수 있을까’란 의구심과 혹여 잘못된 교리로 교인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이단·사이비 단체 교주들의 노화로 탈퇴자들은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들이 올바른 믿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 협회장은 “이단 탈퇴자들은 자신들이 다닌 곳이 잘못된 단체란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단에서 배운 교리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나고 자라면서 배운 교리와 한국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가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건 전문 상담을 통해 이전 교리를 잊도록 돕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믿음이 이어진다면 몸과 마음을 다해 교회에 헌신하는 일꾼으로 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