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은 23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주최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 특별 대담회에서 대한민국의 발전국가 모델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수도권 일극주의를 넘어서는 '공진국가'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이번 대담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가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며 "정치가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담론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발전 과정을 1948년, 1963년, 1987년 세 가지 체제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각 체제가 이룩한 성과와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1963년부터 본격화된 발전국가 모델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며 중앙집권적 관료 체제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형성했지만, 이러한 모델이 이제는 잠재성장률 저하, 초저출산, 지역 간 격차 심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대한민국 위기의 중심 문제로 꼽으며, "수도권 일극주의는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성장 전략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이 침체하고,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며 지역 간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이제는 발전국가 모델을 넘어 공진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며 "공진국가는 정부 주도의 경제 운영에서 벗어나, 지역 간 균형 발전과 협력적 혁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국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진화의 원리’ ‘수평적 분업’ ‘합리성, 윤리성, 심미성의 균형’ ‘소통적 의사결정 능력’ ‘삶의 질을 높이는 평등’ 등 공진국가가 추구해야 할 구체적인 원칙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엘리트들의 강남 중심적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이 국가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 중심의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이 대한민국을 수직적 구조로 강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강남 감각 지배 사회'가 수도권 일극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를 인용하며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지방 발전 정책이 단순히 예산을 분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확실한 거점 도시를 육성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십은 혁신과 공감의 리더십이어야 한다"며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감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