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당국이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30분가량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이날 합동 감식팀은 최초 발화점으로 추정된 호텔 810호 객실을 중심으로 사상자들이 발견된 계단과 복도 등 건물 안팎을 살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발화 지점인 810호가 비어 있던 점을 고려할 때 담뱃불과 같은 실화 가능성보다는 빈 객실에서 누전이나 에어컨 스파크 등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불이 나기 전 해당 객실에 한 투숙객이 들어갔다가 호텔 측에 “타는 냄새가 난다”며 객실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불이 나자 호텔 직원이 소화기로 진압하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좁은 복도를 통해 연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합동 감식 브리핑에서 “화재 장소로 확인된 8층을 비롯해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 규명에 집중했다”며 “감식 결과를 토대로 폐쇄회로(CC)TV 확인과 목격자 등 참고인 수사를 실시해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담 수사본부를 꾸려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서는 동시에 투숙객과 호텔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810호에 들어갔던 투숙객 신원을 확인해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화재 전후 행적을 비롯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7시39분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9층짜리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등 7명이 숨졌고, 중상 2명 포함 부상자 12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불은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