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이 2021년 군에 납품을 할 때부터 줄곧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해 품질검사를 통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오전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수사 결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월 24일 오전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바 있다.
경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인력 공급업체인 한신다이아 대표,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등 4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 군납을 시작할 때부터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했다.
그러던 아리셀은 지난 4월분 납품을 위한 품질검사에서 처음으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이에 4월 납품분을 재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6월분 납기일도 다가오자 아리셀은 ‘하루 5000개 생산’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제조공정을 무리하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루 5000개는 아리셀 공장의 일평균 생산량의 2배 수준으로 전해졌다.
아리셀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한신다이아(메이셀의 전신)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았고, 숙련되지 않은 이들을 충분한 교육도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는 파견법에 규정된 32개 파견근로 허용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불법에 해당한다.
비상구 설치 등 대피경로 확보에도 문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난 공장 3동 2층에선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중 일부는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됐다.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설치되기도 했다.
또 근로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 관련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고, 이상 제품을 발견하고도 검수 없이 정상 제품 취급하는 등 공정상 부실이 다수 발견됐다”며 “이를 통해 분리막 손상 또는 전지 내·외부 단락이 발생해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