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수해 복구가 한창인 시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호화 전용 요트가 두 달 가까이 강원도 원산 별장 인근 앞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최근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의 근황 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 가족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1일 상업위성 ‘플래닛랩스’가 지난 6월 27일부터 8월 19일까지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소유한 길이 80m의 요트가 원산 갈마반도 인근을 운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요트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등을 갖췄다.
김 위원장이 소유한 또다른 요트 두 척도 갈마반도 북쪽에 있는 대도와 신도 인근에서 포착됐다. 원산 별장 앞에도 60m 길이의 요트가 정박해 있었다. 이 요트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있기 전인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김 위원장 가족에 대한 근황 보도가 뜸해진 것을 볼 때 이들이 원산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주애는 지난 5월 평양 전위거리 완공식 이후 지난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에 나타나기까지 80여일 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22년 11월 첫 등장 후 지난 5월까지 18개월 동안 29차례 행보가 보도됐던 것을 감안하면 긴 공백이다. 리설주는 지난해 12월 신년 경축 대공연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도 지난 16일 평양에 도착한 이재민들을 직접 맞이한 이후 닷새째 관영매체에 등장하지 않아 원산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홍수로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지역에 큰 피해를 입었다. 수재민 1만3000여명이 집과 터전을 잃고 평양으로 이동해 임시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수해 현장을 찾아 재해 복구를 위한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뒤에서는 배부르게 먹고 노는 모습은 김 위원장 일가의 앞뒤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