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네… 아이오닉6 창에 착 붙이니 실내온도 12도

입력 2024-08-22 16:30
나란히 전시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에 최고 60도 이상의 태양광 조명이 내리쬐고 있다. 현대차의 차량 온도 제어 기술인 '나노 쿨링 필름'을 부착한 왼쪽 아이오닉6의 실내 온도는 36.0도, 나노 쿨링 필름이 시공되지 않은 오른쪽 차량의 실내 온도는 48.5도를 기록했다. 두 차량은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진행된 현대차.기아의 '히트 테크 데이' 행사에서 전시됐다. 현대차.기아 제공

겉으로 보기엔 아무 차이도 없어 보이는 두 대의 차가 있다. 두 차량의 앞 유리 위로는 태양광과 같은 파장의 에너지를 내는 조명이 여러 개 내리쬐고 있다. 조명 온도는 최고 60도를 넘기도 한다. 두 차량의 실내 온도를 재보니 한쪽은 센터 콘솔 부근 온도가 36.0도, 다른 쪽은 48.5도였다. 동일한 악조건에서 실내 온도 차이를 발생시킨 것은 ‘나노 쿨링 필름’의 유무였다.

매년 여름이면 폭염 기록이 경신되며 나날이 더워지는 가운데, 차량 내부 온도를 조절해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첨단 소재다. 유리에 부착하면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도 이상 낮출 수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2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히트 테크 데이’를 열고 차량 내부 온도 조절 기술 세 가지를 공개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아직 양산 전이지만 아열대 기후의 파키스탄에 일부 지원돼 화제가 됐다. 파키스탄은 차 유리를 어둡게 하는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국가다. 나노 쿨링 필름은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해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아도 돼 틴팅 없이 사용 가능하다. 이민재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책임연구원은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양산 수준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또 다른 기술은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다.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곳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데워주는 기술이다. 3분 안에 다리 부근이 따뜻해진다.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하면 적정온도에 도달하기까지 에너지 사용을 17% 절감할 수 있다.

핵심 기술은 고온 필름형 발열체와 화상 방지 시스템의 결합이다. 110도까지 열을 발생하는 필름형 발열체를 직물 소재가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신체가 닿으면 즉시 이를 감지해 온도를 낮추는 화상 방지 시스템도 적용됐다.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오만주 연구위원이 복사열 난방 시스템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오만주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연구위원은 “겨울철 추위를 가장 빠르게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복사 난방”이라며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통해 빠르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난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리와 습기를 빠르게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도 이날 소개됐다.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서리나 습기를 제거하는 신기술이다.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해 영하 18도에서도 5분 내에 성에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하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거가 가능하다.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 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할 수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다.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정영호 열에너지통합개발실 상무는 “탑승자가 차량 공간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온도다. 소비자가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가장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