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쉽고 명료하게 돌아왔다, 지구의 나이·성경의 진위 등 각종 논쟁까지 담은 성경 교리 입문서의 귀환

입력 2024-08-22 16:30
우주 속 지구에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밝은 별 사진을 합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성경은 하나님 말씀이 담긴 책인가, 인간의 종교적 경험과 사상을 다룬 책인가.” “천지창조 등을 논하는 성경과 과학은 상호 모순되는 게 아닌가.”

기독교를 진지하게 고려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기독교를 믿은 지 얼마 안 됐거나 신학적 지식에 취약한 편이라면 다음 같은 내용으로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지구 나이가 45억년이라고 보는 ‘오래된 지구론’과 지구 역사는 6000년~1만년에 불과하다는 ‘젊은 지구론’ 중 어느 것이 기독교 관점에 가까운가.”

이들 질문의 핵심은 ‘기독교인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다. 이에 성실히 응답하는 책이 최근 새 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 미국 복음주의 신학자 웨인 그루뎀 피닉스신학교 연구교수의 ‘조직신학 1,2’(복있는사람) 전면 개정증보판이다. 1994년 펴낸 저서에 최신 신학적 쟁점과 연구 결과를 추가해 초판보다 16% 늘어난 분량으로 2020년 출간됐다. 두 권으로 나눠진 한글판 분량은 총 2240쪽에 달한다.

‘조직신학 1,2’의 저자 웨인 그루뎀 미국 피닉스신학교 연구교수. 복있는사람 제공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전공 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복음주의권에서 손꼽히는 조직신학자다. 우리말을 비롯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19개국 언어로 번역돼 30년간 100만 독자를 만난 이 책으로 저자는 복음주의권, 특히 개혁주의 신앙을 추구하는 전 세계 기독교인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고든콘웰신학교 달라스신학교 덴버신학교 리폼드신학교 등 미국 개혁주의 신학교에서는 교재로 사용됐다.

신론과 인간론 등 조직신학 7대 분야와 최근 논쟁거리를 평이한 언어로 가급적 명료하게 다룬다는 게 이 책의 강점이다. 저자는 개정증보판과 초판 서문에서 여러 사안을 바라보는 자신의 신학적 관점을 미리 밝힌다. 그는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며 참되고 오류가 없다는 입장인 ‘성경의 무오성’을 지지한다.(민 23:19) 참으로 거듭난 사람이라면 그 구원은 효력을 잃지 않는다는 개혁주의적 관점을 따른다. 방언의 은사 없이도 성령 충만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세례는 유아 때가 아닌 스스로 신앙을 고백할 때 줘야 한다는 침례교적 입장을 고수한다. 모두 성경 말씀에 근거한 주장이다.

물론 그가 성경을 둘러싼 각종 논쟁에 전부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지구의 나이’에 있어 저자는 “오래된 지구론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더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젊은 지구론도 복음주의자가 받아들일 만한 관점”이라고 말한다. “성경은 지구나 우주의 나이를 인간에게 말해주지 않으며 말하려고 하지도 않기에” 이는 해석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조직신학 1,2’의 저자 웨인 그루뎀 미국 피닉스신학교 연구교수는 성경과 과학 간 ‘궁극적 모순’은 없다고 봤다. 뉴질랜드의 한 교회 지붕 위로 은하수가 수놓아져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무엇보다 부차적 논쟁으로 공동체가 분열될 걸 우려했다. 그는 “명확한 해결책을 발견하도록 하나님이 허락해 줄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양쪽 진영 모두 성경이 참되다고 굳게 믿는 만큼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한 마음으로 협력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성경과 과학 간 “‘궁극적 모순’은 없다”고 보는 저자는 하나님이 진화를 이끌었다는 ‘유신 진화론’에 관해선 예수 부활 등의 교리를 일정 부분 손상한다는 이유로 선을 긋는다.

각 장 말미에 책 집필 시 교차 참조한 루터교 침례교 웨슬리파와 오순절 등 7개 교파 문헌 목록과 ‘개인적 적용을 위한 질문’ ‘찬송가’를 실은 것도 이색적이다. “조직신학 공부로 (신앙이) 메마르는 건 하나님의 의도가 아니”라며 “신학은 삶과 기도, 노래로 실천해야 한다”는 저자의 소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저자가 개혁주의 노선의 장로교 관점을 따르기에 그 내용 또한 이에 다소 편중된 측면이 있다. 여성이 목사나 장로 등 직분자가 되는 것 또한 성경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 책이 명저로 통한 건 “복음주의자라면 교단의 경계를 넘어 서로 놀라운 사귐을 누리며 상대방이 고수하는 관점을 존중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교파별 입장과 반론을 충분히 다루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로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의 바람대로 “언젠가는 성도들이 직장이나 취미처럼 (편하게) 기독교 교리를 주제로 서로 대화를 나눌” 날이 머잖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