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꿀잠 이면엔…하나님의 전지전능함 숨어있다

입력 2024-08-22 16:00
다윗 왕은 왕위 찬탈을 노리는 이들에게 쫓기면서도 하나님을 의지해 숙면했다. 한 여성이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청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 영화 ‘레옹’의 주인공인 살인청부업자 레옹은 쪽잠을 자며 깊은 수면을 거부한다. 잠든 동안 가해질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의 ‘생계형 불면증’이 사라진 건 자신이 구한 이웃집 소녀 마틸다를 신뢰하면서부터다.

성경에도 생명의 위협을 경계하며 잠을 청해야 하는 인물이 나온다. 왕위 찬탈을 노리는 아들 압살롬에게 쫓기는 다윗 왕이다. 그는 “여호와여 내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라면서도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고 말한다.(시 3:1,5) 목숨을 노리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숙면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다. 레옹에게 마틸다가 있었다면 그보다 극한 상황에 놓였던 다윗에겐 여호와가 있었다.

영국 성공회 목사인 저자가 쓴 이 책도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하나님의 능력’을 다룬다.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 곤히 잠들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그러면서 제목 그대로 하나님이 할 수 없는 12가지 행위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전면 부정하는 게 도대체 인간의 꿀잠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저자는 다윗의 사례를 들어 이 둘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그가 단잠에 든 건 “그 어떤 용감하고 충직한 부하보다 더 강하고 든든한 이가 자신을 눈동자처럼 지켜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잠들지 않은 채 사주 경계하며 자신을 지키는 하나님 덕분에 수월히 잠들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주무시지 않는 하나님’을 믿을 때 인간은 매일 밤 평안히 잠들 수 있다. 결국 책이 다루는 내용은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하나님의 위대함인 셈이다.

‘하나님이 행하실 수 없는 12가지’(좋은씨앗) 저자는 인간을 초월한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할 때 평안히 잠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남성이 불면증에 시달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저자가 제시한 ‘하나님이 할 수 없는 12가지 목록’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완전한 지식을 갖췄기에 배우거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그분께 예상외의 일이란 없기에 외부의 변수로 놀라거나 새롭게 변화를 겪는 일도 불가능하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눈에 보이지 않으며 고통과 죽음, 외로움을 겪지 않는다. 절대선 그 자체이기에 악에 시험을 받거나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누군가의 후손이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유일한 ‘필연적 존재’이므로 자기를 부인하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

성경에서 언급한 이들 내용만 봐도 하나님은 인간과 확연히 다른, 온전히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존재다.(사 40:25) 저자는 그렇기에 인간이 그분께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다고 힘줘 말한다. “(인간과 달리) 시간에 속하지 않는 하나님은 시간이 태동할 때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 다 알고 있다. 피조물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을 포함해 모두 다 안다는 것이다.… 놀랄 수 없는 하나님을 아는 것, 이것이 오늘날처럼 불확실한 세상에서 평안을 누리며 살아가는 비결이다.”

저자가 꼽은 12가지 일을 하나님은 정말 할 수 없을까. 하나님은 주무시지 않지만(시 121:3~4)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탄 배에서 풍랑 속에서도 잠든 적이 있다.(막 4:38) 모든 걸 아는 그분은 배울 필요가 없지만(사 44:7) 예수는 성장 과정에서 지혜와 키가 자라갔다.(눅 2:52) 하나님은 영원하고 보이지 않는 속성을 지닌 존재이지만(딤전 1:17) 성육신해 인간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딤전 3:16)


저자는 이런 반례를 ‘은혜의 선택’이라 불렀다. 하나님이 불가능한 일을 실행한 건 자신이 사랑하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본인의 의지대로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불안과 걱정으로 잠들지 못한다면 이젠 숫자를 헤아리는 대신 하나님의 실체를 떠올려 볼 일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