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으로 개종하고 교회 문닫아라”…테러리스트의 최후 통첩

입력 2024-08-22 12:52 수정 2024-09-02 15:52
말리 군인. 연합뉴스

인구수 89%가 이슬람교도인 아프리카 말리의 기독교인들이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지하디스트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고 교회를 폐쇄하는 것은 물론,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오픈도어)는 최근 도우고우테네, 코프로나, 바예 등 모프티 지역 4개 마을 목회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소환돼 최후통첩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계속해서 머물고 싶다면 정부군에 맞서 싸울 인력 지원과 지하디스트를 위한 용병 고용 자금 지원은 물론, 교회를 폐쇄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조건이다.

오픈도어 관계자는 “어떤 테러집단이 목사들을 소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자마트 누스라트 알이슬람 왈무슬림민(JMIN) 소속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말리 교회 그룹과 개신교 선교 협회(AGEMPEM)는 교회들에 기도하고 금식할 것을 촉구했고, 바마코의 기독교인들은 지난 18일 함께 모여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지 출신 목회자인 찰스 야바가 디아라(가명) 목사는 “이런 위협은 전에 없었기에 현지 기독교인들은 이 새로운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하디스트들은 지역을 점령한 이후로 땅을 자신들의 소유라고 생각해 기독교인에게도 이슬람 십일조인 자카트 세금을 강요하고 있다. 무슬림과 정령 숭배자들은 이미 자카트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아라 목사는 “2012년 급진 이슬람 집단이 북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시작된 파괴는 지금까지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며 “나도 2012년 투아레그 반군인 아자와드 해방 민족 운동(MNLA)에 의해 고향 팀북투가 함락돼 떠나온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말리는 오픈도어의 연례보고서인 ‘2024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월드와치리스트)’에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이래로 말리는 3차례의 군사 쿠데타를 겪었고 국가 북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단체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픈도어의 조사에 따르면 교회는 파괴됐고 기독교인은 쫓겨나 집을 잃고 예배 장소는 폐허가 됐다.

오픈도어 사무총장인 김경복 선교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점령한 모프티와 세구 지역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극단주의 이슬람 전사들의 뜻에 따라 살 것인지, 아니면 집에서 쫓겨날 것인지 사면초가에 몰렸다”며 “현재 바마코로 이주한 수천 명의 기독교인은 이전보다 안전하지만 고향을 포함해 삶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 제공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