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의 재판에 피해자의 아버지가 출석해 엄벌을 호소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 심리로 열린 최씨 재판에는 피해자 A씨의 아버지와 최씨의 어머니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 아버지는 “최씨는 이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와선 안 되는 중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씨는 의대를 졸업한 뒤 병원을 운영할 건물을 마련하는 데 제 도움을 받기 위해 제 딸을 이용했다”며 “딸을 가스라이팅해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이 사실을 저와 아내에게 말하자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최씨는 유학을 준비하던 딸이 유학을 떠나는 상황을 대비해 혼인신고를 한 이후 딸아이가 일시귀국해 출산하고 다시 유학을 가는 시나리오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워 딸을 조종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 아버지는 “딸이 숨진 이후 108일이 넘도록 고통이 계속 쌓여 감정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면서 “제 가족은 최씨와 같은 사회에서 살 수 없기에 그가 사회로 돌아오는 것을 제가 앞장서서 막을 것”이라며 흐느꼈다.
이날 재판에는 최씨의 어머니도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너무 죄송하다. 아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씨 어머니는 “피해자의 부모가 ‘너 집에 들어오면 바로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할 거다’라고 해서 피해자가 자신의 집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었다”며 “피해자가 혼인신고로 인해 유학도 못하게 됐고 모든 금전적인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저희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피해자 측이 혼인무효소송을 걸면 의대 졸업이 막힐 것 같아 아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는 취지로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진행한 뒤 오는 10월 7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최씨는 지난 5월 6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연인 사이였던 A씨와 올해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안 A씨 부모는 혼인무효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