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발단이 됐던 첼리스트 박모씨가 법정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술집에 온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국정감사장에서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에게 한 번도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정하정) 심리로 열린 한 대표의 손해배상 소송 증인으로 출석해 “태어나서 한 번도 두 사람을 본 적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거짓말로 술자리 의혹에 대해 얘기했는데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뒤 보복심에 제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남자친구는 (제가 한 말이 거짓임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시) 늦게 귀가한 것 때문에 큰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거짓말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지만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공인께 피해를 끼쳤으니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의혹과 관련해 박씨의 목소리를 재생한 것에 대해선 “음성 재생 동의는 물론 지금까지 진위 확인을 위한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피고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혹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원고 측 질문엔 “돈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박씨는 이날 증언을 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전 남자친구 이모씨가 보복을 위해 제보했다고 박씨가 증언한 데 대해 피고 측이 ‘(이번 일로) 증인이 받은 불이익이 뭐냐’고 묻자 “사람으로서 존중이 있다면 그렇게 말하실 게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의원 측 변호사가 술자리가 몇 시에 끝났고, 이씨와 몇 시에 통화를 했는지 묻자 박씨는 ‘답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강진구 전 더탐사 대표와 김 전 의원 측은 술자리 의혹이 거짓말이었다는 박씨 진술을 믿기 어렵고, 관련자 취재를 거쳐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보도한 것이라며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 전 대표는 “박씨가 전 남자친구와 통화한 시간이 46분이고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과연 운전을 하면서 이런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며 “(민·형사 소송이 이뤄지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는 방법은 한 대표가 당일 행적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측은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활동을 못 하는 존재로, 운전하면서 46분 동안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 측은 제대로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이야기가 국정감사 발언을 통해 생중계돼 청렴성 등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면서 피해를 보전하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금까지 누구도 (의혹 제기에 관해) 사과하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정치는 거짓 선동, 가짜뉴스에 휘둘릴 게 아니라 민생과 청년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0월 16일 1심 선고 기일을 열기로 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