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여주 농민단체들이 여주시청 앞에서 이주민 근로자 단속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농번기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역할이 절실한데 이들이 추방되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농업 인력도 줄어드는데 정부의 이주민 단속으로 농가가 폐허가 됐다”며 단속 중단과 농업 인력 확충 대책을 촉구했다. 예전과 다르게 국가 발전 측면에서도 이주민과 공생해야 하는 당위성이 커진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민은 2010년 초반 10만명대였으나 이후 급속도로 증가해 지난해 10월에는 4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노동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불법체류자를 강제 추방하지 말고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늘어나고 있다.
박경서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이주민들이 없어서는 안 될 사회가 됐다”며 “미등록 이주민들 가운데 절차나 체류 기간 만료로 등록을 못 한 경우도 많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정당하게 세금도 내게끔 하는 소위 ‘세컨더리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교계에서도 포용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한 ‘이주민 공생’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은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공간 이제에서 ‘다문화 속의 타자, 이주민’ 에큐포럼을 열고 이주민과 동고동락할 방안을 모색했다.
현장 사역자들은 무차별적인 단속이 사태를 나아지게 만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에서 사역하는 김현호 신부는 “현재 파주 법원읍 등록 인구는 1만명도 되지 않고 이주민들이 다양한 일거리를 도맡아 하며 채우고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이주민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고강도 단속과 추방을 하고 있지만 단속으로 미등록 이주민의 수를 줄일 수 없다. 오히려 기존 노동현장과 한국문화에 익숙해진 이주민을 정식 등록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민과 동행하는 외국의 사례도 나왔다. 차미경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한국처럼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운 스페인에서는 정기적으로 미등록 내국인을 사면해 내수시장 위기 해법을 마련한다”며 “정부가 경제적 역사적 정치적 위기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주민에 대한 혐오는 늘고 불평등과 차별이 당연시 여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식 법무법인KNC 변호사는 “미등록 이주민은 정부가 발표하는 좋은 이민 관련 정책을 소용없게 만들 뿐 아니라 합법체류자들도 불법체류를 하게 만들어 정부 정책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며 “빠른 시일 내 그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포용적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고 제안했다.
글 ·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