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일본의 전국 고등학교 야구대회 ‘고시엔’에서 4강에 진출해 화제가 되는 가운데, 경기 생중계를 맡은 NHK가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 자막을 원래 뜻과 다르게 송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교토조선중으로 개교한 뒤 고등교육으로 영역을 확대해온 한국계 민족학교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중고교 설립 인가에 이어 지난 2003년 정식으로 일본 정부의 학교 인가도 받았다. 황목치승 전 LG 트윈스, 신성현 전 두산 베어스, 정규식 전 LG 트윈스 등이 교토국제고 출신이다.
교토국제고 야구 선수들은 8강전 승리 후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로 시작되는 교가를 불렀다. 이 모습이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NHK는 일본어 자막에서 고유명사 ‘동해’를 ‘동쪽의 바다’로 바꿔 방송했다. ‘한국의 학원’이란 가사도 ‘한일의 학원’으로 원래 뜻과는 다르게 송출됐다.
NHK는 지난 2021년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 처음 출전했을 당시에도 교가 가사 중 ‘동해’를 일본어 ‘동쪽의 바다’로 번역한 바 있다. NHK는 “일본어 번역은 학교가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학교 측은 교가 음원만 제출하고 일본어 번역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1일 해당 문제에 대해 NHK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유명사인 ‘동해’를 ‘동쪽의 바다’로 표기한 건 NHK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며 “21일 열리는 4강전에서는 반드시 똑바로 표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어 “모쪼록 일본 극우 세력들로부터 이 학교와 선수들, 학생들이 안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고시엔에서 한국어 교가가 방송될 때마다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인터넷과 SNS등에 혐한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을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 교토국제고가 본선 2차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어 교가가 송출되자 X(엑스·옛 트위터)에서는 일부 일본 누리꾼들이 “교토국제고 교가가 왜 한국어냐. 기분 나쁘다” “불쾌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