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항공사 “중국 안가요”… 국내 항공사 반사이익 노린다

입력 2024-08-21 00:03 수정 2024-08-21 00:03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29일 비행기 탑승객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항공사들이 중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여행 수요가 줄어든 마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영공까지 우회해야 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편 재개와 노선 확대 등으로 중국을 오가는 서방 항공사의 빈자리를 메우며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서방 항공사들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영국 브리티시항공은 오는 10월부터 런던~베이징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 버진애틀랜틱 항공은 유일한 중국 노선인 런던~상하이 노선을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시드니~상하이 노선의 운항을 축소할 예정이다. 콴타스항공 관계자는 “러시아 영공 비행 금지의 영향 등은 없으나 좌석의 절반가량이 빈 상태”라고 전했다. 즉 수익이 안 난다는 소리다.

글로벌 항공정보업체인 OAG에 따르면 성수기인 여름철에 유럽과 북미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편 수는 2018년 최고치인 1만3000편에서 60% 이상 줄어들었다. 수익성이 줄어든 탓에 지난 4월 미국에서는 미·중 간 직항 왕복 항공편을 두고 미국항공운송협회(ATA)가 당국에 증편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2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해 계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현규기자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인천~상하이 노선의 경우 운항편은 2019년 1~7월 대비 90%를 회복하고 있다. 승객수는 아직 78%의 회복률을 보인다. 이 회복률이 서방 항공사의 운항 중단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어 “지정학적인 요소로 서방 항공사의 수익이 줄어들었을 때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이달 25일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직항 항공권은 약 276만원이다. 같은 날 인천공항을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항공권은 약 208만원으로 70만원가량 저렴하다.

이처럼 국내 항공사들은 반사이익을 노리기 위해 현재 코로나 때 중단하거나 축소했던 노선에 다시 오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장자제 노선을 주 3회, 인천~정저우 노선을 주 4회 일정으로 재개한다. 또 에어프레미아와의 미국~중국 간 인터라인(노선 연계운항) 협력으로, 국 뉴욕·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인천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12개 노선을 추가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제주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은 5월부터 인천~충칭, 7월부터 인천~시안, 김포~베이징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일부 노선을 증편한다. 제주항공은 인천~스자좡, 부산~스자좡 노선을, 티웨이항공은 인천~선양·지난·원저우 등 노선 운항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4월 약 4년 2개월 만에 인천~상하이 노선을 재개했다. 저비용항공사(LCC) 단독으로 다음달 30일부터 인천~정저우 노선을 주 4회 운항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상만큼의 수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선 회복세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 운수권 배분 규칙 때문에 적자를 보며 노선을 유지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운수권 유지를 위해 손님이 없더라도 연간 20주 이상 해당 노선에 띄워야 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