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랜드마크 중 하나인 용 조형물의 꼬리가 곧 잘려나간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라멘집의 상징인 이 조형물은 꼬리가 건물 외부로 튀어나와 남의 땅을 침범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20일 일본 마이니치방송(MBS)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은 오사카 인기 라멘집 ‘킨류(金龍)라멘’ 도톤보리점이 가게 입구를 장식한 입체 용 간판의 꼬리를 자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킨류는 1982년 창업한 가게다.
건물 모서리 윗부분에 크게 들어앉은 이 용 장식은 오사카 주요 관광지인 도톤보리 지역 한복판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한자와 일본어로 적힌 가게 이름을 읽지 못하거나 의미를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 장식을 보고 가게를 알아봤다.
배 부분을 금색으로 칠한 이 초록색 용은 입에 여의주를 물고 붉은색 벽을 뚫고 나오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그 앞에서 모서리를 끼고 건물을 돌면 용의 몸통과 꼬리가 다른 벽을 뚫고 골목으로 나와 있다.
문제는 바로 그 꼬리였다.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용 꼬리는 인접 부지로 넘어가 있었다. 공중에 달린 형태라 행인이나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지만 킨류 소유나 공공도로가 아닌 사유지 위에 있다는 점이 분쟁으로 이어졌다.
해당 부지를 소유한 부동산 회사는 4년 전 킨류를 상대로 “부지 경계를 넘은 용의 꼬리를 제거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킨류는 “철거 비용이 많이 들고 브랜드 이미지도 저하된다”며 기각을 주장했다.
오사카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킨류에 “토지소유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용의 꼬리를 제거하라”며 부동산 회사 손을 들어줬다. 킨류 측 항소로 사건을 넘겨받은 오사카고등법원은 올해 5월 같은 판결을 내렸다.
킨류는 이후 대법원 상고를 고심하다 지난주에야 ‘용 꼬리를 살리기 위한 싸움’을 포기하기로 했다. 법적 분쟁 탓에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고객에게 맛있는 라멘을 만들어 제공하는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킨류는 “법원 판결에 따라 용의 꼬리를 자리기로 한 것은 무거운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그 입체 간판은 우리 회사 그 자체로, 단순한 꼬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꼬리 절단 시기는 해당 부지 소유자들와 협의해 조정하되 이달 중에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킨류 측은 MBS에 설명했다. 간사이TV도 킨류가 8월 하순 철거를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