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준 부모 신상공개한 단체 대표… 대법 “명예훼손”

입력 2024-08-20 15:53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나쁜 부모들) 사이트 운영자가 유죄를 확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강모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강씨는 양육비해결모임에서 운영하는 배드페어런츠 사이트에 아내에게 양육비 약 9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남편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강씨는 A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캡처와 나이, 거주지, 미지급액 1억원 등의 사실을 사이트에 게시했다. 그러면서 ‘인천 중구 거주 평창올림픽 스키강사 출신’ ‘다른 가족 명의로 사업하지만 양육비 줄 돈은 없는 파렴치한’ ‘아들은 몸이 불편해 수술을 수차례 했지만 절대 외면하는 비정한 아빠’ 등의 표현을 적었다.

A씨는 자신이 스키강사 출신이 아니고 다른 가족 명의로 사업을 하지도 않는다며 강씨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1심은 A씨가 스키강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평창올림픽 당시 스키 관련 운영위원이었던 점 등 실제 있었던 일이 바탕이 된 만큼 강씨로서는 허위인지 알 수 없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2심에서 강씨에게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로 인정하면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사적 단체에 의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별다른 절차 없이 전파성이 매우 큰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된 신상정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강씨는 A씨의 신상정보 등을 게시하는 과정에서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행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재차 내놓고 있다. 정부의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명단공개 제도 등 공적 제도를 통하지 않는 신상 공개는 ‘사적 제재’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지난 1월에도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에게 “사적 제재 수단에 가깝다”며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확정했다.


다만 양육비 미이행자에 대한 공적 제재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인천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최성배)는 지난 6월 아내에게 두 자녀 양육비 9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B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 이어 형이 더 높아진 것이다. 지난달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단독 김희진 부장판사는 15년 동안 두 아들의 양육비(1인당 월 50만원)를 지급하지 않은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양육비 이행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2015년 21.2%에 그쳤던 양육비 이행률은 줄곧 상승해 지난 6월 기준 44.1%까지 배 이상 높아졌다. 다만 여전히 이행률이 절반도 되지 않아 더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