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청년 목회자양성 요람 ‘비전 153 아카데미’, 1호 선교사 파송

입력 2024-08-20 14:57
문동현(가운데 흰옷) 부산교회총연합회장이 지난 18일 부산 영도구 ‘비전 153 아카데미’를 방문해 ‘베트남 153 합창단’을 격려한 뒤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맨 오른쪽이 뉴에양 1호 파송 선교사다.

“베트남에 찬양이 울려 퍼지게 만들고 싶어요.”
부산 영도구의 작은 한글카페. 이곳은 베트남에서 온 청년들이 기숙하며 신학을 공부하고 찬양을 연습하며 목회자를 꿈꾸는 곳이다. 1층은 커피숍으로 개조해 주민과 교인들의 휴식처로 사용하고 2층과 3층은 베트남 학생들의 기숙사로 그리고 4층은 예배드리며 신학공부와 찬양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조가 돼 있다. 건물 공식명칭은 ‘비전 153 아카데미’다. 20~37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선교사로 파송받아 베트남으로 돌아가 목회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이 건물은 부산소명교회(노성현 목사)를 섬기는,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어느 집사가 기증했다.

2008년 문재식(가명) 선교사가 부산 동래중앙교회에서 베트남으로 파송 받아 활동하면서 이 사역이 시작됐다. 그는 2015년 베트남에서 ‘비전 153 아카테미’를 설립했다. 내부적으로는 신학을 가르치지만 외부적으로는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곳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베트남 정부가 기독교 탄압이 심해 이처럼 가슴 졸이며 운영했다. 2020년 2월 이 학교 졸업생 30여 명이 졸업여행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교회를 탐방했다.

‘베트남 153 합창단’이 지난 2022년 10월 고신대 대학원 재학 중일 때 베트남 전통 복장을 하고 학교 교훈인 ‘코람데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홍 집사 제공

하지만 코로나가 이들을 꼼짝 못하게 한국에 가둬버렸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완전봉쇄정책으로 입국하는 자국민들도 받아주지 않았다. 5성급 특급호텔에서 장기간 격리할 수 있는 재력가들만 입국시켰다. 그래서 학생들은 한국에서 무려 1년 8개월을 체류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부산동래중앙교회, 전주서머나교회, 부산초량교회, BNK연수원 등에서 이들의 숙박문제를 해결해 줬다. 당시 교회도 코로나로 힘든 시기였지만 헌신적으로 섬겨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합창단이 탄생할 수 있었다. 도움을 주신 분들은 한결같이 “미래의 베트남 목회자들의 꿈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2020년 5월 부산동래중앙교회 수양관에 머물면서 계속 말씀공부만 하던 학생들은 합창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때가 ‘베트남 153 합창단’의 시작이었다. 문동현 부산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은 학생들과의 첫 만남 때부터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다’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신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문 목사의 보살핌으로 학생들은 2021년 10월 드디어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1년 8개월 동안 식비로만 2억 원이 넘는 거액이 투입됐다.

5개월 후 2022년 3월 문 선교사는 사명자로서 선교사가 꿈인 학생 20명을 데리고 다시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들을 부산 고신대 대학원과 학비감액 MOU를 맺고 전원 입학시켰다. 현재는 부산보건대학과도 MOU를 맺고 학생들이 교육과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또 학생들은 부산과 경남지역의 각 교회와 결연을 맺어 후원을 받고 있다.

김성아(울산시립합창단 소프라노 수석단원) 지휘자가 지난 18일 ‘비전 153 아카데미’에서 ‘베트남 153 합창단’과 함께 연습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의 열정에 감탄한다. 감동의 순간이 연속이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부산 영도구 비전 153 아카데미에서 신학공부와 찬양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베트남 153 합창단은 부산영락교회, 동래중앙교회, 진주교회, 전주바울교회, 전주 더온누리교회 등에서 특별찬양으로 받은 은혜를 보답하고 있다. 김성아(55·울산시립합창단 소프라노 수석단원) 부산초량교회 집사가 합창단 지휘를 맡아 이끌고 있다. 김 집사는 “아이들의 열정에 감탄해 팀을 만들기로 했다. 악보조차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파트별로 나눠 지도한 결과 모든 아이들이 완벽한 한국어로 찬양을 부를 수 있다.”며 “이 아이들은 팀을 이루기 전에 벌써 한국의 케이 팝(K-POP)과 찬양을 많이 알고 있었다. 다른 외국 아이들 보다 습득하는 시간이 빨랐다. 찬양과 신앙에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연습할 때마다 눈물바다를 이룰 때가 많아 아이들로 인해 내가 은혜를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고대하던 베트남 첫 파송 선교사가 탄생했다. 베트남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 고신대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마친 뉴에양(28)씨가 주인공이다. 뉴에양 선교사는 부산 남성교회(차우진 목사)에서 베트남 선교사로 3년간 파송을 받았다. 뉴에양 선교사는 “한국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서 베트남에서 어린이 사역을 하겠다. 가난한 아이들과 소수민족 고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유치원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합창단 최고령자인 황퐁(37)씨는 모태신앙으로 부산보건대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 그는 “베트남에 돌아가 장사도 하고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식(가명) 선교사, 문동현 목사, 김성아 집사 외 베트남 153 합창단을 이끄는 숨은 공로자가 또 있다. 박재홍(55) 초량교회 집사로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지만 매주 부산을 찾아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개선하며 아이들의 손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많이 의지하는 ‘삼촌’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합창단을 돌보고 있다. 이들 모두는 “학생들이 순수하고 진실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말이 안 통해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으로 돌아가 목회자로서 치장되고 과장되고 꾸며지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