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기획에 참여한 조성현 PD가 나체 영상을 썼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된 것에 대해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PD는 지난해 3월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이비 종교의 실상을 알리는 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조 PD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 마포경찰서가 ‘나는 신이다’를 만든 저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사건 송치했다는 소식에 많이 놀라셨겠다 생각한다”며 “제가 마치 성범죄자가 된 것처럼 작성된 기사도 보였고, 이에 호응하는 JMS 신도들의 댓글과 환호도 목도했다”고 운을 뗐다.
조 PD는 “마포경찰서가 언급한 장면들은 현재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얼굴에 높은 수준의 모자이크가 적용돼 있다”며 “JMS는 해당 영상이 날조됐다고 작품 공개 이전부터 끊임없이 주장한 바 있는데 저는 사이비 종교의 비정상성을 고발하는 공익적 목적과 사실성을 위해 신체에 대한 모자이크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제작된 ‘나는 신이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사와 결정을 받고 공개됐다”며 “JMS는 작품의 공개를 막기 위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작품의 공개를 허락했다. 그 결과 JMS의 실태를 알리고 대중의 공분을 자아냈으며 어두웠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 PD는 다큐멘터리 공개 이후 겪었던 고충도 털어놨다.
조 PD는 “시사교양 PD로 살며 소송과 악성 댓글은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저도 이번에는 마음이 괴롭다”며 “저와 제 아내의 이야기를 엿들은 7살짜리 아들의 한마디, ‘아빠 감옥 가?’ 때문이다.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참고 애써 웃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가족들의 고생이 컸다. 아내는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녀야 했고, 아들과 딸은 아빠와 시간을 거의 보내지 못했다”며 “‘나는 신이다’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을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이유”라고 밝혔다.
조 PD는 “시사 고발물을 만드는 이유는 힘없고 억울한 누군가를 대신해 ‘찍소리’라도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며 “이러한 ‘찍소리’ 때문에 세상이 변하는 걸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음세대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나아질 거란 확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신이다’라는 찍소리는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테러, 본인 삶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30년을 JMS와 싸워온 김도형 교수님, 메이플이라는 홍콩인 여성의 결단과 희생으로부터 시작됐다”며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JMS 전체 신도의 절반이 탈퇴했고, 정명석은 더 이상 추가 성범죄를 저지를 수 없게 구속됐다. 대한민국 사회는 사이비 종교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다. 정말로 세상이 나아진 셈”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마포경찰서는 기소 의견 송치를 통해 ‘나는 신이다’가 얻어낸 공익이 미미하고, 얼굴과 음성을 변조해 내보낸 장면들을 지칭하며 JMS 열성 신도들의 사익이 더 크다는 비교를 하고 있다”며 “JMS 사건을 조명한 PD인 저를 성범죄자로, ‘나는 신이다’를 음란물로 낙인찍었다. 이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음란물에 대통령상을 표창했다는 뜻이 되며,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이 음란물을 증거로 활용하고 공개를 허락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포경찰서의 판단으로 인해 제가 처한 현 상황을 생각하면 매우 참담하지만 계속 싸울 것”이라며 “2022년 초 메이플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한국으로 오기 전 메이플의 아버지와 메이플을 안전히 잘 돌려보내겠다고, 중간에 멈추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 또 제 아들과 ‘아빠는 절대 감옥 안 가니 걱정 안 해도 돼. 아빠가 이길 수 있어’라고 했기에 제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PD는 “머지않아 과연 누가 무엇을 감추고 싶었는지, 이 사회가 모두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사이비 종교가 아닌 공익을 위한 정의 실현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