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야 할 광주과기원(GIST)이 수년째 좌충우돌하고 있다. 총장 해임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 이어 채용비리 의혹 제기와 명예훼손 고발이 이어져 체면을 구기고 있다.
20일 광주북부경찰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GIST A교수가 전·현직 간부 등 8명이 GIST 아케데미원장, 명예 석좌교수 채용 과정에 비리를 저질렀다는 고발장(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명예훼손 등)을 제출하고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A교수는 고발장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채용 업무를 방해하고 부당하게 판공비를 지급한 혐의를 수사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국민권익위에 해당 사실을 제보해 과기부 감사관실이 조사한 결과 일부 채용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지만, 책임자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과기부가 감사결과를 토대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간부를 처벌하도록 통보했으나 GIST는 법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A 교수가 지목한 8명(부총장 2명 포함) 중 4명은 지난 6월 GIST 징계 의결에 따라 정직 1개월, 감봉 1개월, 경고(부총장 2명) 등의 처벌을 받았다.
과기부 감사결과 정직·감봉 중·경징계를 받은 2명은 부속기관장인 아카데미원장 선임에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지원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GIST가 교원 선발을 위한 인사위에서 정치인 출신 특정 인사를 석좌교수로 임명하자는 안건이 부결됐으나 관련 절차를 무시하고 재심의를 통해 이를 통과시킨 사실도 파악됐다. 이 교수에게는 자문료 명목으로 그동안 8000만 원을 지급하고 300여만 원의 사택 관리비 등도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또 고발장을 통해 현 총장이 대학 구성원 대다수가 참여한 워크숍에서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한 자신을 ‘교꾸라지(교수+미꾸라지)’라는 비속어로 비하해 인권과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강조했다.
GIST는 지난해 11월부터 과기부로부터 한 달간의 현지 감사를 받고 지난 2월 말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어 내부논의를 거쳐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광주북부경찰은 고발장이 접수되자 참고인 조사 등을 거쳐 수사개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GIST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2년여간 총장과 노조가 총장 해임을 둘러싼 법정소송전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GIST 노조가 2021년 전임 김모 총장이 2019년 4월 취임 이후 2개 센터장을 겸직하면서 급여 외에 4억여 원의 연구수당·성과급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폭로한 게 발단이 됐다.
당시 노조는 전체 직원 223명 중 176명이 참여한 총장 중간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평균 평점 35.20점을 받아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며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이에 김 총장이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가 얼마 후 번복했다.
김 총장은 이사회가 같은 해 6월 해임을 의결하자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 ‘총장 해임 효력 정지’ 소송으로 맞섰다.
결국 2년여의 재판 끝에 직권에 의한 재판부 강제조정에 따라 김 총장이 공식 임기 종료를 1개월여 앞두고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총장 해임’을 둘러싼 파동은 일단락됐으나 아직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GIST 미디어홍보팀 관계자는 “A교수가 고발한 8명 중 4은 과기부 감사결과에 따른 징계 대상자가 아닐뿐 아니라 현 총장은 과기부 감사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광주 시민단체 관계자는 “글로벌 첨단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와 지역경제 발전의 구심점이 돼야 할 GIST가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환경 조성에 지역민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