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운영하는 미국 비영리 재단을 ‘불온 조직’으로 지정했다. 이 단체가 러시아 정부를 비방하기 위해 ‘할리우드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당국은 주장했다.
러시아 검찰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 단체 클루니 정의재단(CFJ)을 ‘불온 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검찰총장실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 재단은 러시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할리우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나라를 떠난 거짓 애국자들을 적극 지원한다”며 “인도주의적 사상을 가장해 모스크바 최고 지도부에 대한 형사 고발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홍보한다”고 비난했다. 외국 요원과 NGO(비정부기구)에 호의적이지 않은 러시아 법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공개적으로 유포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CFJ는 조지 클루니와 아내이자 인권 변호사인 아말 클루니가 설립한 단체다.
재단은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인권이 보호받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은 세상을 믿는다”며 “정의는 저절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대규모 인권침해의 증거를 수집하고 피해자에게 무료 법률지원을 제공하며 가해자가 책임을 지도록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현재 4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이 단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군인을 상대로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2015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불온 조직’ 딱지는 그동안 수십 개 외국 단체에 적용됐다. 러시아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언론매체, 정치, 문화 및 종교 단체가 폭넓게 지정됐다.
이 조치는 특정 조직의 활동을 사실상 완전히 금지하는 셈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클루니 정의재단은 현재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클루니의 아내 아말 클루니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회의에 참석해 “지금 우크라이나는 도살장”이라며 “러시아의 전쟁범죄 증거를 수집하고 국제 전범 재판장에서 책임을 물어 사법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